선거철마다 총기 사고 잇따라 치안 유지 어려움 겪어
투표소 경비 등에 군인 4만8000명·경찰 1만6000명 배치

필리핀의 대통령 선거가 폭력 유혈사태로 얼룩졌다.
9일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 필리핀에서 잇달아 총격전이 벌어지고, 수류탄이 터져 이틀간 2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이틀 전 북부 일로코스수르주의 마그싱갈 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총격전을 벌여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북부 누에바에시하주에서도 시장 후보 2명의 경비원들이 서로 총을 쏴 5명이 다치고 주변 차량이 크게 훼손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비원 등 20여명을 체포하고 M16 소총과 산탄총을 대거 압수했다.
대선 하루 전날인 8일 밤에는 남부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의 다투 운사이와 샤리프 아구아크 자치 구역 투표소 밖에서 수류탄이 총 5차례 터져 8명이 다쳤다. 다친 시민들은 현장에서 도보로 8∼12시간 떨어진 산악 지역민들로 투표를 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마긴다나오주는 지난 2009년 11월 주지사 선거 출마자를 대신해 후보 등록을 하러 가던 부인과 여동생 2명, 언론인 27명 등 총 58명이 납치돼 살해된 적이 있는 곳이다.
필리핀은 총기 소유가 쉬워 살인 등 강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선거철에는 총기 사고가 잇따라 정부가 치안 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113건이 발생한 데 비해 올해 1월부터 보고된 총기 발사와 불법 구금 등 선거 관련 폭력 사고 건수는 16개에 불과하다. 필리핀 경찰 대변인 쟝 파하르도는 “총기 단속 및 사설 무장조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당국은 선거 치안 유지를 위해 이틀 전부터 투표소와 검문소 경비를 비롯해 선거 관리 공무원 경호를 위해 전역에 군인 4만8000명과 경찰 1만6000명을 배치했다. 필리핀 경찰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부터 이틀간 전역에서 금주 조치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성명을 내고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8∼9일 이틀간 누구라도 술을 팔거나 사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이날 대통령과 부통령 외에도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8000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뽑는 투표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총 6700만명이며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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