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사태’, ‘나경원 아들 논문 청탁 의혹’ 등의 사회 문제에 활발히 의견을 피력해 온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이번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장녀를 둘러싼 ‘논문’ 논란에 대해 “조국, 나경원 때보다 10배 이상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하고 “논문을 쓰는 일이 주업인 연구자로서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먼저 한 후보자 측의 해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한 후보자 측은 몇년간 써 온 고교생의 글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오픈엑세스 저널에 형식을 갖추어 투고한 건데 논문으로 왜곡했다고 반박했다”며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널에 출판된 논문 형식의 글을 논문이 아니면 뭐라고 부르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오픈엑세스라는 말은 누구나 논문을 볼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한 후보자 측은 ‘온라인 저널’, ‘오픈엑세스’, ‘고교생의 글’ 이런 표현으로 논문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 한다”며 “그러나 논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가 오픈액세스 등의 표현을 써 학술 논문이 아닌 듯한 뉘앙스로 해명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반박이다.
‘논문’ 내용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에 실린 2편은 인공지능(AI) 관련 내용이라 중학생, 고교생 신분으로 연구할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고교생이 AI 관련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학회에서 발표한다면 칭찬할 일이고, 대학교수의 연구실에 와서 인턴 연구를 하면서 경험을 쌓고 연구자로 준비하는 것도 원래는 참 좋은 일”이라면서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구를 할 수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아울러 “실험을 하거나 머신러닝 코드를 돌려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논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이런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하고 발표할 수 있었을까”라며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2개의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 측은 몇년간 써온 글들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중2, 중3, 고1 때 쓴 글들을 모았다는 것인가”라며 “중학생이 그런 글들을 쓸 수 있다는 주장이냐”고 지적했다.
나아가 “제가 보기엔 누군가의 상당한 조력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연구의 5단계 중에서 첫번째인 주제 설정, 아이디어 발굴, 이 부분이 사실은 가장 어려운데 분석이나 자료 정리 등은 오히려 쉽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주제를 잡고 연구방향을 정하는 것은 고교생이 하기 어렵다”며 “만일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교수 등 누군가 같이 했다면 논문의 공저자로 들어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그렇지 않으면 연구윤리 위반”이라며 “논문에 기여했는데, 저자로 넣지 않는 건 ‘유령저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또 “연구자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전자문서화는 꿈도 꾸지도 못하는 수많은 고교생의 박탈감 이외에도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논문 출판이 중요하니 연구 경험을 쌓으라고 조언하는데 도대체 뭐란 말이냐”고 개탄했다.
다만 “한 후보자 딸에 대한 ‘마녀사냥’이나 비난은 멈춰야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스펙을 쌓고 미래를 준비하려고 하는 마음은 한동훈 딸이나 조국의 딸이나 나경원의 아들이나 혹은 어느 고교생이나 마찬가지”라며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나고 자란 우리 아이를 잘못된 길로 이끈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불쌍하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라며 “기가 막힌 ‘스펙 쌓기’ 노하우를 드러낸 이번 사건으로 한 후보자가 장관직을 내려놓는 건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몇년째 이어지는 고교생의 논문 출판 이슈. 이제는 사회가 반성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며 “‘지인 찬스’라며 불공정을 외친 대학생과 수많은 비판자는 조국 전 장관을 끌어내리는 일로 만족해야 했을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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