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물론 장관 절반도 못채워
尹측 추경호에 총리 대행 방침
장관없이 차관 먼저 임명도 거론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가 국무총리는 물론 내각 장관을 절반도 갖추지 못한 ‘반쪽 정부’로 출범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고려해 정부조직법 개정안까지 미룬 채 노무현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호남 출신 한덕수 후보자를 초대 총리 카드로 내세웠다. 그러나 청와대 이전 논란을 시작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계속된 여야 강대강 대치에 발목 잡혀 ‘장관 없는 차관내각’이 현실화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총리대행을 하게 하고, 가급적 신속하게 장·차관을 임명해 우려되는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과 경기 둔화 등의 전례 없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그만큼 정부 대응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한 후보자 인준을 놓고 거래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바뀌더라도 국정의 연속성은 이어져야 한다. 국정 책임자로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과 정호영(보건복지부)·한동훈(법무부)·이상민(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등의 낙마를 연계하자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한 후보자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추 경제부총리 후보자에게 총리대행을 맡겨 인사제청권을 행사해 내각을 꾸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혹은 김대중정부에서 김영삼정부의 고건 전 국무총리가 인사제청권을 행사한 것처럼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김부겸 국무총리가 인사제청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김종필 전 자민련 명예총재가 김대중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됐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로 5개월 동안 인준이 지연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총리대행으로 장관을 임명하더라도 당장의 행정력 공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인 18명의 장관 중 민주당 전·현직 의원인 박범계(법무부)·전해철(행정안전부)·유은혜(교육부)·한정애(환경부)·이인영(통일부)·황희(문화체육부)·권칠승(중소벤처기업부)·정의용(외교부) 장관 등 8명이 9일 일괄 사퇴하면 국무회의 개최를 위한 정족수(15인 이상)조차 채우지 못한다.

추 후보자를 포함해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이정식(고용노동부)·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화진(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인사청문 절차 기한을 넘긴 5명의 후보자의 임명을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강행해도 국무회의 개최를 위한 정족수를 채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장관 임명이 지연되는 부처는 차관을 먼저 임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우선 국무회의 대신 수석비서관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으로 내치와 외치의 국정 공백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NSC는 추 후보자 총리대행을 전제할 경우 박지원 국정원장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참석해야만 개최를 위한 정족수(7명)를 채울 수 있다. 당분간은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비정치인 출신 장관과의 동거가 불가피한 셈이다. 윤 당선인 측은 “국정 운영에 한 치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건 고집이 아니라 원칙”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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