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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의 에메랄드빛 변신 ‘한국의 플리트비체’ 무릉별유천지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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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8 10:56:01 수정 : 2022-05-08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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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석 캐던 동해 광산 체험형 테마마크 무릉별유천지로 변신/영화 ‘아바타’ 배경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호수 에메랄드 물빛 그대로 닮아/스카이 글라이더 타고 호수 위 아찔하게 날아볼까

무릉별유천지 전경

에메랄드 보석을 쏟아부었나 보다. 파스텔톤 영롱한 옥색 물빛에 윤슬이 반짝반짝 부서지는 청옥호와 금곡호. 깎아지른 아찔한 암벽들이 두 호수를 포근하게 에워싼 동해 무릉별유천지에 들어서자, 영화 ‘아바타’의 기묘하고 신비스런 풍경 속으로 들어선 듯 현실감이 모두 사라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예전에 버려진 채석장이었다니. ‘한국의 플리트비체’라는 칭찬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숨 막힐 듯한 절경에 동공은 끊임없이 확장된다.

쇄석장 벽화

◆버려진 탄광의 에메랄드빛 변신

 

강원 동해시 최고의 여행지가 어디냐고 물으시면 주저 없이 단원 김홍도의 작품 ‘금강사군첩’ 중 ‘무릉계’에 등장하는 백두대간 천하절경, 무릉계곡이라 답하겠다. 꿈속의 이상향, 유토피아인 무릉도원이 존재한다면 바로 무릉계곡이라 단언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삼화동 초입에서 용추폭포까지 6㎞가량 이어지는 계곡의 빼어난 풍광은 끊임없이 감탄을 쏟게 만든다. 200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는 아주 오래전 명필가와 묵객들이 공들여 조각한 글자 덕분에 운치를 더한다. 이런 무릉계곡에서 차로 2분 거리에 또 다른 무릉계곡이 지난해 11월20일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석회석 광산이던 ‘무릉별유천지’다. 당나라 시인 이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 중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구절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이곳은 별천지로 인간 세상 아니다’라는 뜻. 좀 과하다 싶은 작명인데 과연 근거 있는 자신감일까.

무릉별유천지 꼬마열차

동해시 삼화로 무릉별유천지로 입구로 들어서자 과거 쇄석장으로 사용된 건물에 프랑스 작가 보얀 젤레쇼브스키와 덴마크 작가 크리스티안 스톰이 공동 작업한 거대한 벽화 작품 ‘타이틀: 공생’이 여행자를 반긴다. 만화 같은 기하학적 형태가 이채로운 이 작품은 동해를 대표하는 무릉계곡과 석회광산이 어우러진 모습을 표현했는데, 사람과 자연이 상생하는 동해의 역사를 담았단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쇄석장 건물은 쇄석갤러리와 전망카페로 꾸며졌다. 쇄석장 건물을 지나 무릉별열차 정류장에 서면 산꼭대기에 거대한 레고 블록 같은 강렬한 노란색 전망대가 눈길을 잡아끈다. 무릉별유천지의 가장 높은 곳, 두미르 전망대로 하늘을 향해 24.6m 길이로 뻗어 나간 모습이 마치 두 마리 용이 하늘로 비상하는 듯하다. 무릉별유천지를 순환하며 여행자들을 실어 나르는 2∼3량 꼬마열차를 타고 오르면 된다.

두미르전망대
무릉별유천지 전경

270m 절벽 위에 세운 전망대에 서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짙은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금곡호와 청옥호. 고깔모자를 놓은 듯한 원뿔형 산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마치 신들의 세상인 것 같으니 무릉별유천지가 맞다. 채광을 위해 산과 바위를 깎고 자르면서 기암괴석 같은 암벽 절개지가 만들어졌는데, 외계행성에 불시착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특히 15만5000㎡ 규모의 거대한 호수와 빛깔이 압권.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크로아티아의 유명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호수의 에메랄드빛을 그대로 닮았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이 된 플리트비체는 물은 맑지만 바닥에 쌓인 석회질 성분 때문에 하늘에서 보면 물 빛깔이 인상적인 파스텔톤의 옥빛을 띤다.무릉별유천지에 어떻게 이토록 아름다운 호수가 만들어졌을까.

무릉별유천지 전경

이곳은 1968년부터 2017년까지 50년 동안 쌍용C&E가 석회석을 채굴한 ‘삼화동 무릉3지구’ 현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시멘트 생산기지였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건물에 사용된 시멘트는 대부분 이곳에서 생산됐다고 보면 된다. 채굴을 마치고 방치됐던 곳을 동해시가 국비 등 304억원을 투입해 이색적인 테마파크로 문을 열었다. 총 면적이 107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호수의 물을 사람이 채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옆 금곡계곡의 물줄기와 지반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용출수가 석회질 성분과 만나면서 저절로 환상적인 에메랄드빛 절경을 만들어 냈다. 더구나 수위가 사시사철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수질은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물고기도 살고 있단다. 이런 빼어난 풍광을 드라마 제작자들이 그냥 둘 리 없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예능프로그램 ‘바퀴 달린 집’에서 청옥호가 배경으로 등장했고, 금곡호에서는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촬영됐다.

스카이 글라이더
알파인코스터

◆호수 위 독수리처럼 날며 아찔하게 즐겨볼까

 

무릉별유천지의 절경을 즐겼다면 이제 더욱 재미있는 놀거리가 기다린다. 바로 짜릿하게 즐기는 어트랙션 4종 세트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스카이글라이더. 4명이 동시 탑승하는 왕복형 글라이딩 놀이기구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이며 오스트리아에서 수입했다. 밑에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니 강심장만 도전하시라. 탑승장과 반환타워의 고도차가 125m에 달하고 총길이는 777m나 된다. 더구나 엎드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서 타야 하니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천천히 후진하던 스카이글라이더가 점차 고도를 높이며 금곡호 상공으로 접어드는 순간, 전망대에서 본 아름다운 풍광은 순식간에 공포의 현장으로 변한다. 호수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감은 스카이글라이더가 반환타워에 도착해 멈추면 안도감으로 바뀐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잠시 숨을 돌리려는 순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맞바람과 공포가 어우러져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되고 만다. 안전장비를 풀고 나니 10년은 늙어버린 기분이다.

오프로드 루지
롤러코스터형 집라인

알파인코스터는 탑승자가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 공포감은 덜하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잡지 않으면 최대 시속 40㎞에 달해 짜릿한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 사이에 설치된 레일을 천천히 오르던 놀이기구는 정상에 오르자 급회전을 거듭하며 고정레일 위를 달려 내려가니 1.5㎞ 레일이 순식간에 끝나 버린다. 오프로드루지는 채석장 도로로 사용되던 곳으로 무동력 카트를 타고 1.5㎞를 최대 시속 40㎞로 달릴 수 있다. 롤러코스터형 집라인은 일반적인 직선형 집라인과 달리 300m의 곡선용 고공 레일에 매달려 시속 40㎞ 속도로 상하좌우 자유롭게 주행하기에 재미를 더한다. 


동해=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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