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3세 소녀 ‘집단 성폭행’ 신고하러 갔다가 경찰에 또 성폭행 당했다

2020년 10월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성폭행 근절과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뉴델리=EPA연합

인도에서 남성 4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피해를 본 13세 소녀가 자신의 사건을 담당한 경찰에게 다시 유린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CNN과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외신은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州)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에 한 경찰관이 집단 성폭행 피해자 13세 소녀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5일 보도했다.

피해자 A양은 지난달 22일 납치돼 4일간 감금 상태로 4명의 남성에게 수시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남성들은 같은달 26일 피해자를 고향 마을에 내버려두고 달아났으며, 이튿날 고소장을 제출하러 온 A양을 담당 경찰관이 밀실로 데려가 다시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양은 상담을 받기 위해 방문한 아동 상담팀에서 피해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A양이 성폭행 사실을 알렸을 당시 경찰에는 이 사건이 접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A양과 부모는 지난 3일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강간과 납치 등의 혐의로 4명의 남성과 경찰관을 고소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인 의회당의 지도자인 프리얀카 간디 바드라는 “경찰서도 안전하지 않다면 여성은 어디로 가서 호소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당국은 사건 당시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 29명 모두에게 징계를 내렸으며, 추가 범죄 발견 시 조처를 할 방침이다.

특히 A양이 인도 내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위 계급에 속하는 달리트(불가촉천민)라는 점이 알려져 공분을 더 하고 있다.

인도는 헌법으로 카스트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달리트는 여전히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는 “가해자가 지배적인 카스트 출신이면 처벌하지 않는 문화가 만연해있다”며 “달리트 여성과 소녀는 성폭력 사건에서 사법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명유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