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 주로 발생…축구선수·발레리노 등 남성이 걸리기도
플랫슈즈나 하이힐 등 일주일에 3회 이하로 신는 것이 예방책

#백화점에서 판매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박모(38)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외출에 나섰다가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돌아왔다. 걸을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계속됐고, 고통이 생각보다 커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함을 느낀 박씨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이름도 생소한 ‘지간신경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평소에 굽 높은 신발을 신고 하루 종일 서있거나 매장을 걸어 다녀야 했는데 이것이 지간신경종이라는 병을 얻게 한 원인이라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이 질환은 여성들이 주로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남자들이라고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축구선수 박주영도 한동안 고생했던 병이며, 발레리노 등에게서도 드물게 발병한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간신경종은 발가락 사이에 있는 신경이 압박을 받아 염증이 생기고, 이것이 만성화돼 신경이 퇴행성 섬유질화되고 두꺼워지는 족부 질환이다.

이 질환은 중년 여성에게서 많이 생긴다. 위에서 언급했듯 굽 높은 신발을 착용하고 오래 서 있거나 걸어 다니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이다. 굽 높은 신발을 신으면 발바닥 쪽에 있는 지간신경이 당기면서 양측으로 조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백화점처럼 미끄러운 바닥에서는 발가락 신경과 주변 조직이 더 긴장하게 되며 지간 신경을 더 압박할 수 있다.
지간신경종을 예방하려면 맨발로 서서 신발을 발 위에 올려놓았을 때 바깥으로 발이 나가지 않을 정도로 폭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게 좋다. 발가락이 너무 꽉 조이는 플랫슈즈, 뒷굽이 높고 앞볼이 좁은 하이힐, 밑창이 얇고 단단한 신발의 장기간 착용은 피해야 한다.
플랫슈즈나 하이힐은 일주일에 3회 이하로 신고, 1~2시간 착용하면 10분 정도는 신발을 벗고 발가락을 움직여주거나 주물러주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 요령이다.

지간신경종의 치료는 간단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통증을 유발했던 불편한 신발 대신 볼이 넓은 신발로 바꿔주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좋아진다. 발가락뼈를 지지하고 발가락 사이를 벌려 신경이 압박받지 않도록 하는 특수 깔창이나 패드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런 치료에도 낫지 않는다면 신경을 압박하는 신경종을 제거해야만 한다. 초기 증상이 발생했다면 비수술적 치료로 어느 정도 낫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이 어느 정도 만성화된 뒤에 병원을 찾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수술적 치료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실제로 학계 보고에 따르면 지간신경종의 비수술적 치료 성공률은 50~70% 정도로 낮다.
최근에는 경험 많은 족부 의사를 중심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형 수술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내시경 감압술은 절개 없이 작은 포털(구멍)을 통해 미세한 기구를 삽입하고 영상을 정밀하게 살피면서 수술을 시행한다. 통증이나 흉터에 대한 부담이 적고 회복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신경종의 위치와 상태에 따라서 교정 감압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교정 감압술은 신경을 누르는 인대를 유리하고 옆에서 누르는 뼈를 줄여줘 겹치게 하는 방식이다. 중족골 간격을 넓히고 족저 압력을 감소시킨다는 장점이 있지만, 담당 의사의 풍부한 임상 경험과 세심한 술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정형외과 족부 전문의) 병원장은 “신경종의 크기가 크고 주변 조직과의 유착이 심한 경우는 여전히 절제술이 유용하다”라며 “최근에는 수술 전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신경종의 먼 가지부터 중심이 되는 신경종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방식의 미세절제술이 가능하게 돼 손상에 따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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