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부모 놀려고 아이 학원 뺑뺑이? 부모들은 억울하다 [이슈+]

입력 : 2022-05-05 08:00:00 수정 : 2022-05-05 13:07:55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어린이통학차량. 연합뉴스

‘어린이 10명 중 6명은 학원을 마치고 오후 6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간다.’

 

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초등 4∼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3일 발표한 ‘어린이의 학습과 쉼’ 의견조사 결과입니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 조사의 목적은 과도한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고 차기 정부에 공교육 강화를 촉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아이들을 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보내는 부모들을 탓하게도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조사 결과를 전하는 기사엔 ‘시대가 변해도 교육열은 그대로라 안타깝다’, ‘어린 나이엔 놀아야 한다’ 등 댓글이 달렸고, 심지어 ‘부모가 놀려고 아이들을 학원 뺑뺑이 돌린다’, ‘애 좀 봐라’ 등 아이를 돌보지 않으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댓글도 몇몇 있었습니다.

 

부모들은 억울합니다. 세상에 아이가 어린시절부터 피터지게 공부만 하며 경쟁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요. 아이를 돌보기 싫어 학원에 보내는 부모는 더욱 적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초등시절부터 학원을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보육입니다.

 

학교가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저학년 맞벌이 가정은 학교 돌봄교실을 신청할 수 있지만 경쟁이 아주 치열하지요.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지면 막막함에 눈물 흘리는 부모도 있습니다.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경우 부모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아이가 학원에 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합니다. 하원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셔틀버스가 있는 학원은 맞벌이 부모들에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워킹맘들은 학기 시작 전 지역 맘카페에서 학원 정보를 공유하며 ‘셔틀가능학원+셔틀학원과 가까운 학원’ 조합으로 자신의 퇴근시간까지촘촘하게 시간표를 짭니다. 

 

물론 학원을 돌봄을 위해서만 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전업맘도 학원을 여럿 보냅니다. ‘내가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학업 강도가 높아지기 전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학원이 국·영·수에 집중돼 있다면 아이에게 다소 지루할 수 있겠지만, 어릴수록 학원에서 체육, 음악, 미술 등 예체능을 다양하게 배웁니다. 하교 후 양육자와 줄곧 함께 있는 것보단 다양한 자극이 아동의 발달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공교육을 믿을 수 없어 학원을 보낸다는 부모도 있습니다. ‘어린이의 60%가 6시까지 학원을 다닌다’는 기사엔 ‘학교 수업이나 방과후 프로그램 수준이 낮아 학교에 보낸다. 코로나19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하는 걸 보니 가관이더라’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물론 학원 한 군데 다니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교육이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가정마다 다릅니다. 아이를 병들게 하는 과도한 사교육은 지양해야 하지만 사교육의 순기능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아쉬운 점은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지만, 애착형성이 꼭 시간에 비례하는 것도 아닙니다. 퇴근 후, 주말, 휴일이라도 가족끼리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100번째 어린이날인 5일도 모든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하며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카리나 '해맑은 미소'
  • 카리나 '해맑은 미소'
  • 박은빈 '반가운 손인사'
  • 전지현 '단발 여신'
  • 아이유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