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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정착 급선무 [S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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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9 19:00:00 수정 : 2022-04-29 1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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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보행자 중심… ‘녹색교통’ 활용 높이자]

페달 밟을수록 지구 건강… 생활 속 바이크족 늘려야

친환경 교통수단 떠오르는 자전거
국내 자전거 문화 취미·레저 활동 머물러
탄소 중립 효과적인 교통수단 인식 못해
수송 분담률 2.2% 불과… 선진국과 큰 차
관련예산 지원·정책 등 밀려 이용 악순환

정부의 친환경 정책 전기차 위주
전기차 100만대 보급 탄소감축효과 3.5%뿐
자전거 분담률 10% 올리면 목표의 48% 달성
도로교통법 정비 필수·출퇴근족 지원 등
이용자 저변 확대·안전환경 조성 서둘러야
탄소중립에 가장 효과적인 교통수단으로 전문가들은 이견의 여지 없이 자전거를 꼽는다. 비동력 무탄소로 이동 가능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적이며 이용자의 시간과 공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전거 문화는 아직 취미·여가 활동에 머물러 있고, 자동차나 대중교통 같은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는 단계는 아니다. 자전거 수송분담률 2.26%라는 수치가 이를 잘 드러낸다. 이용자 규모가 적다 보니 자전거도로나 관련 예산·지원·정책이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고, 이는 다시 자전거 이용에 장벽을 만드는 악순환을 부른다.

 

이제는 정부부터 자전거에 대한 교통수단으로서의 인식을 높이고,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국가 주도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전거 확산의 핵심인 자전거도로 등의 인프라는 민간이나 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추진하기 쉽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반짝 힘을 받았다가 이후엔 투자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다. 행정안전부는 당시 “자전거 교통시대를 열기 위해 10대 거점도시 조성, 공공자전거 표준운영시스템 개발, 국가자전거도로 구축 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자전거 거점도시라 할 만한 곳이나 공공자전거 표준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교통연구원 정영옥 박사는 “행안부 자전거정책과가 사라지면서 생활공간정책과에 축소 편입됐고, 투자도 상당히 줄어들었다”며 “탄소중립 기여도, 교통혼잡도 등에 미치는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훨씬 에너지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며 “자전거 투자 비중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레저 넘어 ‘교통수단’으로 정착해야

 

자전거가 단순 여가 활동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으려면 현실적으로 이용이 쉽지 않은 ‘자전거 우선도로’ 등 관련 도로교통법을 손질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맨 오른쪽 차로를 자전거도 다닐 수 있도록 일부 지역에 자전거 우선도로를 지정했지만 실제로 자전거가 차로로 달리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정 박사는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전거도 많이 다니는 차로’라는 의미로 지정한 것인데 사실상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통행 우선권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전거를 좀 더 보호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에서 자동차가 자전거를 추월할 때의 규정을 명확히 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안 등을 행안부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박사는 “10여년 전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자전거 정책 물결은 당시 세계적 분위기와 맞물렸던 것”이라며 “그때를 기점으로 많은 나라들이 자전거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반대로 이 흐름이 중단된 느낌이 든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자전거 업계에 비해 자동차산업의 영향력이 막대한 데다, 좋은 차를 소유하는 것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사회문화적 분위기도 만연하다 보니 자전거가 소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상 속 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정착하려면 자전거 이용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구창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정책위원은 “자전거 출퇴근족에게 시범사업으로 수당을 주거나 대중교통 할인을 연계하는 등 실질적인 유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옥 박사도 “행안부나 지자체가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 등을 하면서 1∼2년 확실하게 집중 지원해 일단 자전거 이용 저변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위주 친환경 정책 수정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모빌리티 정책이 전기차에 너무 쏠려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 구조상 화력발전이 67%(2017년 기준)를 차지해 전기차로 이산화탄소 감축이 어려움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배터리가 무거운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량도 크다고 알려져 있다.

 

‘탄소중립 2050’ 추진전략에서도 목표한 전체 탄소 감축량 90%를 전기차가 담당한다. 이재영 박사는 “(화력발전 위주인) 에너지 믹스를 바꿔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제인데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203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 목표를 달성해 이산화탄소 약 109만t을 절감한다 해도 이는 국가온실가스로드맵(2018)의 감축 목표 3100만t의 3.5%에 불과해 정책 효과 또한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2.26%인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10%로 올리면 연간 최대 1500만t의 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며 “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3100만t)의 절반 수준인 48%에 달한다”고 밝혔다. 약 20조원의 예산으로 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할 경우 감축하는 탄소량은 167만t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해외에서는 교통 정책 추진 순서가 ‘자전거-대중교통-전기차’ 순으로 “쉽고 저렴하며 효과가 큰 것부터” 시행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로 됐다는 지적이다.

 

◆자전거 수송분담률 10∼30%인 유럽

 

지난 수십년 동안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정착시켜 온 역사를 가진 유럽의 ‘자전거 선진국’들은 수송분담률부터 다르다. 2%를 겨우 넘긴 우리나라와 달리 대부분 10%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달성했고,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은 36%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네덜란드는 1990년대 초부터 승용차에 사치세 40% 부과, 연료소비세 인상 등으로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자전거종합계획을 세워 출퇴근 시 자전거 이용자의 세금 환불, 편의시설 확충 등 자전거 이용을 장려했다. 이 박사는 “2018년 암스테르담과 대전시의 자전거 관련 예산을 비교하면 각각 시민 1인당 3만8000원과 5000원으로 절대 규모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암스테르담은 1960년대만 해도 자동차 수송분담률이 65%로 우리나라보다 높았지만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집중해 세계 최고의 자전거 선진국이 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경우 자전거도로가 보도와 완전히 분리돼 있어 안전성이 돋보인다. 자전거, 버스, 승용차가 다니는 도로가 각각 ‘1대 1대 1’ 비율로 공간을 동등하게 차지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영옥 박사는 “도로가 좁은 유럽 주요 도시들이 자동차만으로 교통 혼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에너지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가 적은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계속 발전시켰다”며 “상당히 오래 전부터 꾸준히 해 왔기에 가능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0년도에 3∼4년 추진되다가 접은 상태라 교통 체계나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전거가 주목받지 못하다 최근 들어 자전거 인프라를 확산하는 곳들도 많다. 프랑스 파리는 안 이달고 시장 주도로 모든 시내 도로에 안전한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자동차 주차장을 자전거 주차장으로 바꾸는 노력을 통해 자전거 통행량이 1년 만에 67% 늘었다.

 

영국 런던, 노르웨이 오슬로 등도 차량 진입이 금지된 도심 지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자동차 없는 도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슬로는 2017년부터 2년간 약 700개의 주차공간을 없애 자전거도로와 공원, 쉼터를 만들었다.

 

정 박사는 “런던이나 파리는 서울 같은 대도시로 자전거 도로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인데 최근 상당히 공격적으로 자전거 도로·정책에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만큼 눈여겨 볼 만한 사례”라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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