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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정학적 다극체제로 경제·안보 양자택일서 탈피”

입력 : 2022-04-30 01:00:00 수정 : 2022-04-29 18:38:28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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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파픽/ 김정수 옮김/ 여의도책방/ 2만원


지정학적 알파/마르코 파픽/ 김정수 옮김/ 여의도책방/ 2만원

1985년, 레닌그라드에서 소련의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비에트 리더십을 비판하고 페레스트로이카를 선언했다. 이렇게 시작된 세계사적 전환은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장벽의 붕괴를 거쳐 2년 뒤 소련 해체로 귀결됐다.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시작된 냉전체제가 붕괴된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미국이 슈퍼 파워로 등장해 단극체제를 형성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재정 안정성을 중시하는 ‘워싱턴 컨센서스’ 아래 세계화와 공급 증가가 급격히 이뤄졌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해 미국 헤게모니에 심대한 타격을 주면서, 세계는 지정학적 다극체제로 진입하게 됐다.

미국 헤게모니 종말과 지정학적 다극체제 도래는 국가 간 또는 국제 분쟁, 국가 내 혼란을 증가시켰다. 2012년 이후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등은 이를 상징하는 사건들이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 있는 대안투자 자산운용사인 클락타워 그룹의 수석전략가인 저자는 역사에서 정치와 지정학은 항상 경제와 투자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며 지정학적 다극체제가 야기하는 환경과 제약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정한 제국주의와 지정학 시대였던 19세기 로스차일드 가문이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가문으로 성장한 것도 지정학과 국제정치에 정통했기 때문이라며 각 기업이나 투자자 역시 지정학과 국제정치를 모르고도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역사의 주석에나 적힐 것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미래는 개인이나 기업, 국가의 선호나 의지가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지정학적 제약으로 인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해선 권력자나 기업의 선호가 아닌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제약과 환경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선호는 선택적이며 제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제약은 선택적이지도 않고 선호에 따라 달라지지도 않는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미국 중심의 헤게모니와 워싱턴 컨센서스에 결정타를 날렸고, 지정학적 다극체제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컨센서스’를 더욱 가속화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격화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과거 미국과 소련 같은 냉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왜냐하면 두 국가 모두 다극체제 아래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들을 냉전시대만큼 결집할 순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저자는 “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큰 무역상대국(중국)과 지정학적 동맹국(미국) 사이에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다극체제 아래서 한국은 양자택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호사를 누린다고 진단한다. 즉 냉전체제와 같은 양극체제라면 경제와 안보를 놓고 양자택일을 해야 하겠지만, 다극체제는 미국과 중국은 압박하고 한국에는 자유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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