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등 세계 문화예술 중심’ 佛 자존심 드러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24일 밤(현지시간)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이 보이는 샹드마르스에 마크롱 대통령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가 울려퍼졌다. 무반주로 이 노래를 부른 이집트 출신 메조소프라노 파라 엘디바니(33)에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쏠린다.
외신들은 “엘디바니가 프랑스 국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가 승리를 자축하는 무대에 올랐다”며 “엘디바니는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손등에 키스를 하는 환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엘디바니는 1989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일찌감치 독일로 유학한 그는 음악은 물론 건축학 공부도 병행했고 베를린 공대에서 이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은 물론 이집트,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 열린 성악 콩쿠르 대회를 차례로 휩쓸었다. 지난해에는 국제사회에 이집트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으로부터 ‘청년문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모국어인 아랍어는 물론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이 유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프랑스와 ‘궁합’이 아주 잘 맞아 2016년 9월 아랍권 출신 성악가로는 처음 파리 오페라 아카데미에 입단했다. ‘태양왕’으로 알려진 루이 14세가 프랑스를 다스리던 1669년 창립된 파리 오페라 아카데미는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그는 2019년에는 파리 오페라 가곡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문화예술에 기여한 공로로 이달 초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을 받기도 했다.

엘디바니는 아프리카의 ‘맹주’를 자처하며 세계 문화예술의 중심이라고 자부하는 프랑스의 관용(‘톨레랑스’) 및 문화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1922년 독립했으나 특이하게도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들 모임인 ‘프랑코포니’(Francophonie)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정치·외교 측면에서 프랑스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집트 출신으로 유엔 사무총장(1992∼1996년 재임)을 지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가 프랑스 파리대학교 졸업생으로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하에 유엔 사무총장이 된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지난해 11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유네스코 창립 75주년 기념식’에서도 프랑스 정부 추천으로 엘디바니가 축하공연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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