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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묻힌 진실·유해 모두 거두길”… 대전 골령골 마지막 유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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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6 21:40:49 수정 : 2022-04-26 21: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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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 등 개토제 참석자들이 시삽을 하고 있다. 

“올해가 마지막 유해 발굴인데, 한 구의 유해도 놓치지 않고 밝은 곳으로 모시길 간절히 빕니다.”

 

전미경(74)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26일 오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산내골령골임시추모공원에서 열린 ‘한국전쟁 72년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유해발굴 개토제’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간곡히 호소했다.

 

전 회장은 “마지막 유해발굴을 앞둔 유족들의 마음은 숯덩이처럼 까맣게 타고 있다”며 “땅에 묻힌 유해 뿐 아니라 진실 규명을 위해 정부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힘 주어 말했다. 전 회장의 아버지 유해는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 

 

올해 골령골 유해 발굴은 내년 평화공원 착공을 앞두고 진행되는 마지막 조사다. 행정안전부와 동구는 낭월동 일대 10만㎡ 규모에 한국전쟁 전후 희생된 모든 민간인을 추모하는 ‘진실과 화해의 숲’ 공원을 조성한다. 내년 첫 삽을 떠 2024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날 개토제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제주4·3희생자유족회대전위원회,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남지회,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전미경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개토제에서 초헌을 올리고 있다.

골령골은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린다.

 

1950년 6·25전쟁 이후 대전형무소에 수감돼있던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관련 재소자 등 정치범과 대전·충남지역 인근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에 끌려와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처형돼 묻힌 비극의 현장이다. 확인된 골령골 피해자 명단 500명 중 300여명이 제주4·3사건의 피해자다.  

 

1학살지에서 8학살지까지 희생자를 묻은 구덩이는 짧으면 20∼30m, 길면 200m로 이를 연결하면 무려 1㎞에 이른다. 집단학살이 자행된 1지점 9㎡ 넓이의 땅에서만 30여구의 유해가 발굴됐다.

 

골령골은 1999년 12월 말, 해제된 미국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참혹한 역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7년 진실위, 2015년 민간 차원의 유해 발굴 이후 5년 만인 2020년부터 국가 차원의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희생자는 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위의 조사가 사실이라면 골령골은 한국전쟁 최대의 민간 학살지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올해로 72년이 됐지만 발굴된 유해는 1250구에 머무르고 있다.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골령골 개토제를 찾아 제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없다.

 

70년 넘게 땅 속에 묻혀있던 유해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선 유전자(DNA) 감식을 해야 하는데, 관련 사업 예산은 전무하다. 

 

지난 해 진실위가 정부에 국내 민간 학살지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사업 예산으로 12억원을 요구했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예산이 없어 올해에도 발굴되는 유해의 신분은 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진실 규명과 함께 차기 정부의 과제다.

 

박규용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상임대표는 “골령골은 자국민 학살이라는 참사가 발생한 곳”이라며 “그동안 추정하지 못한 새로운 발굴지를 찾아 한 분도 빼놓지 않고 모두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토제는 전 유족회장의 유족 대표 인사, 골령골 희생자 발굴을 지휘하고 있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의 평화공원 조성 및 유해발굴 경과·계획,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의 추도사, 시삽 등으로 마련됐다. 


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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