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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칼럼] 디지털 전환기에서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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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4 23:32:26 수정 : 2022-04-25 19: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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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의 학습·일하는 방식
다양한 디바이스 이용… 변화 실감
새 정부, 빠르게 변하는 환경 분석
국민 눈높이서 정책 디자인해야

교육 분야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하는 중요한 과업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성적을 부여하는 일이다. 성적을 주기 위해 시험을 치르고 답안지를 꼼꼼히 읽으면서 채점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답안지에 문제를 푸는 학생들의 글씨체를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학생들의 글씨가 알아보기 쉬웠고, 또박또박 보기 좋은 글씨체가 비교적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떤 때는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나도 정성스러운 글씨체의 답안지가 기억에 남기도 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학생들의 답안지가 읽기 어려운 비율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채점을 위해 답안지를 읽는 시간도 함께 늘어나는 곤혹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 전환과 함께 온라인 시험을 실시하면서 컴퓨터 문서 답안지로 대체가 되었다. 무엇보다 채점 작업이 한결 수월해짐을 느꼈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행정학

디지털 세대는 종이에 글씨를 쓰는 연습보다는 다양한 디바이스를 가지고 터치하면서 감각을 익히고 눈과 귀를 동원해서 실감 효과를 높이는 체험형 학습에 더 익숙해져 있다. 이들에게 예전의 전통적 학습방법과 평가방식을 적용하면서 나타나는 이질감과 괴리감은 답안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이 방식은 대학의 교육현장을 벗어나 공직과 기업의 채용현장에서도 이어진다. 논술형 문제를 주어진 시간 내에 답안지에 자필로 작성하는 평가방식의 당위성과 타당성 여부를 떠나 평가자가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부 부처의 한 지인 실장이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에 크게 공감했다. 부서 회의 중 과장은 열심히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는데 갓 들어온 사무관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 종료 후에 일종의 조언과 충고를 했다고 한다. 사무관의 답변은 휴대폰으로 녹화를 했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정리를 할 예정이라고 하여 순간적으로 놀랐던 경험을 토로했다.

대학의 현장에서도 유사한 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수업시간에 책가방을 들고 오는 일이 줄어들고, 책보다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가장 가볍고 편리한 방식의 무게를 찾아내고, 본인에게 가장 득이 되는 학습방법을 터득해 나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디지털 세대의 일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작동된 관료제 방식과 다른 모습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정부 모범국가인 우리나라는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해서 디지털 강국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수요자 시각에서는 여전히 정부 부처별 업무를 중심으로 분절된 정책의 벽이 높음을 체감하게 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활용한 의사결정 시뮬레이션의 작동을 통해 정책 실패를 최소화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혁신은 주요 과제로 등장하고 이를 위한 부처 개편의 논의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기존 제도를 중심으로 일부 변형된 개선을 통한 혁신 업무의 수행은 평가를 통해 그 취지를 달성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조직혁신을 이어가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일부 기능 전환만으로는 경쟁력의 확보가 어렵다. 디지털 전환은 완전한 새판짜기의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문제를 찾아내어 전면적인 시행을 추진해볼 수 있다. 정책의 실패율을 낮추고 정책을 디자인하는 개념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새 정부가 시작될 때마다 제시하는 공약 중 하나가 규제 철폐, 규제 완화이다. 각 부처에 없애야 할 규제를 찾아내라고 요구하면 부처는 권한이 가장 작은 규제들을 한 뭉텅이 내놓고 우리 부처가 가장 많은 규제를 찾아냈다고 정량화된 실적을 자랑스럽게 제시한다. 없애야 할 규제를 부처 공무원에게 묻지 말고 고객인 국민과 기업에 물어야 한다. 어떤 규제가 가장 힘들게 했고, 불편했는지를 밝혀 부처에서 후속 방안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책 환경을 분석하고 고객의 눈높이를 놓치지 않기 위한 촘촘한 정책 설계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디지털 강국의 명성에 걸맞은 데이터 기반 정책 디자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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