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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때도 탄소발자국 줄이자”… 문화계에 부는 녹색 바람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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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23 20:00:00 수정 : 2022-04-23 13: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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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눈 돌리는 문화예술계

작품 창작·향유 과정 탄소 배출 만만찮아
英 록밴드 콜드플레이 친환경 투어 시작
英 피그풋시어터 ‘탄소중립 극단’ 표방
환경 관련 작품 공연… 재활용품 사용

노르웨이 서커스단체 ‘기후를 위한 행동’
발트해 가로지르며 공연… 심각성 알려
SPAF 등 국내단체도 ‘녹색 예술’ 첫걸음
여건 열악… 인식 전환·지원제도 필요
노르웨이에서 시작돼 유럽·북미 지역에서 예술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장해 가는 단체 ‘기후를 위한 행동’의 지난 2019년 ‘물 속으로’ 투어 공연 모습. Acting for Climate 홈페이지 캡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옐로(Yellow)·픽스 유(Fix you) 등 명곡으로 전 세계 수많은 팬을 거느린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2019년 말 여덟 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하면서 “이번 앨범에 대한 월드투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충격을 안겼다. 직전 앨범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 월드투어로 번 돈이 5억2300만파운드(약 8442억원)로 알려진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통 큰 결단이다.
밴드 보컬이자 리더인 크리스 마틴은 당시 영국 BBC 인터뷰에서 “향후 1∼2년간 우리 투어가 친환경적인 동시에 수익성이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다음 투어는 ‘탄소중립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 총량을 중립(0)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2년 가까이 흘러 지난해 10월, 콜드플레이는 “지속 가능한 음악투어를 하겠다”며 12개 키워드(이산화탄소 배출저감·전기·이동·무대공연·팬·물·쓰레기·음식·상품·선의·자연·투명성)와 함께 항목별 실천 강령을 제시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가능한 한 깨끗한 방식으로 팬과 만나고 환경보호에 도움 되는 투어 공연을 하겠다면서다. 올해 첫 친환경 월드투어 닻을 올린 지난달 18일 코스타리카 콘서트에선 공연용 전력을 얻기 위해 팬 4만여명이 음악에 맞춰 발전시스템이 깔린 바닥을 껑충껑충 뛰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피그풋시어터’(Pigfoot Theatre·이하 피그풋)는 ‘탄소중립 극단’을 표방하며 기후위기나 기후정의에 관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극단은 재활용품으로 무대 세트를 만들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거나 단원들의 이동수단별 이동거리를 측정하는 등 작품 창작·제작·유통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줄여 나간다. 공연 장소도 누구나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택한다.


2014년 노르웨이에서 결성된 서커스 단체 ‘기후를 위한 행동’(Acting for Climate)은 덴마크에서 핀란드, 러시아, 에스토니아, 스웨덴까지 발트해를 가로질러 항해하며 공연한다. 이 단체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행동하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게 목표다.

노르웨이에서 시작돼 유럽·북미 지역에서 예술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장해 가는 단체 ‘기후를 위한 행동’의 지난 2019년 ‘물 속으로’ 투어 공연 모습. Acting for Climate 홈페이지 캡처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친환경 공연’에 앞장선 이들 사례는 국내 문화예술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 분야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영역으로 꼽히진 않지만 관련 시설과 공연·축제·이벤트 등에서의 에너지 소비량과 폐기물 발생량이 만만찮다. 문화예술이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고, 관련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예술 분야 역시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 ‘문화예술의 친환경적 관점 도입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문화예술 분야는 창작-매개-향유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일어나고,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탄소발자국’이 있다. 탄소발자국은 개인·기업·국가 활동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을 뜻한다.

예컨대 영국 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가 위원회 환경프로그램에 가입한 자국 내 747개 문화예술 관련 시설과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18∼2019년 기준), 이들 기관의 전기 사용량은 3억7900만㎾/h였다. 영국 내 12만2000가구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물은 72억ℓ가 쓰였고, 쓰레기는 15만4400t 배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종합한 전체 탄소발자국은 11만4547t CO2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나무 11만5000그루가 100년간 없애야 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맞먹었다. 국내 문화예술 분야 탄소발자국은 아직 정확히 파악된 바 없지만 영국 못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8∼9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과 환경 관련성을 물은 결과(중복응답), ‘문화예술이 친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응답률이 77%나 됐다. 공연 등 문화예술 서비스 이용 시 환경 이슈를 고려할 의향이 있는지에도 80.4%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들 응답자는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43.5%)이란 이유를 댔다. 또 향후 친환경 정책 확대와 관련한 문화예술 분야 동참 필요성에 전체 응답자의 80.1%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외에서 기후위기 경각심이 고조되는 기류를 반영하듯,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도 환경과 연계한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와 예술공동체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축제(SPAF)를 주최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간 국내외 공연예술계와 연대해 ‘예술과 기후위기’ 등 국제 공연예술 축제의 비전인 ‘동시대 관점과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는 작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최석규 SPAF 예술감독은 “기술·환경·정치·사회구조의 변화와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으로 우리에게 ‘전환’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다”며 “동시대 가치의 전환은 무엇이고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SPAF에선 ‘전환’을 주제로 오는 10월7∼30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QUAD),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에서 ‘위협받는 나무들에 관한 예술텃밭 레지던시×김보람의 움직이는 숲’ 등 국내외 16개 작품이 상연된다.

‘탄소중립 극단’을 표방한 영국 피그풋시어터(Pigfoot Theatre)의 공연 장면. 피그풋시어터 페이스북
지난 2020년 강원 화천에 마련된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 프로젝트에 참가한 뒤 예술가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게됐다는 김보람 작가의 보드게임 작품 ‘움직이는 숲’. 김보람 작가 제공

하지만 영국 등 주요 외국과 비교해 국내에선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녹색 예술’(Green arts)을 구현하기에 척박한 풍토다. 예술현장에선 조직운영·활동과정의 녹색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도 친환경 예술활동은 쉽게 엄두 내지 못할 만큼 여건이 열악한 탓이다. 각 예술단체나 관련 공공기관에 기후변화 정보나 지식을 가진 사람도 드물고, 지렛대가 돼 줄 플랫폼 미비 등 제도적 지원방안도 헐거운 실정이다. 예컨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문화예술 사업·활동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축제·행사 지원사업 평가항목 중 ‘친환경 방안’ 제시를 포함시켰지만 예술가나 단체가 자력으로 마련하기엔 인력과 시간 등 모든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극과 무용, 장르 경계가 없는 다원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박지선 독립 프로듀서는 “(친환경 예술을 위한) 지원제도나 정부 정책이 예술가와 단체에 무조건 실천하라며 떠넘기는 식이어선 곤란하다”며 “예술계 전반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도록 예술계 안팎의 많은 분이 협력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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