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3곳 사설 98% 탈원전 비판
중도·진보 3곳은 88%가 지지글

에너지 정책이 이념화한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의견이 뚜렷이 갈리는 에너지원이 원전이라는 점을 감안해 세계일보는 2017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일간지의 사설의 원전에 대한 논조를 분석했다. 보수 언론에선 찬핵 성향이 확실했고 중도·진보 성향의 언론일수록 탈핵에 우호적인 글이 늘었다. 양측을 대표할 언론사를 3곳씩, 총 6곳을 골라 원전이 언급된 580개의 사설을 확인한 결과 그 차이는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보수 언론 3곳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서만 원전의 위험성을 언급했을 뿐 98%의 사설에서 탈핵을 비판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위한 경제성 조작, 원전산업 초토화, 세계적 추세 역행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진보·중도 언론 3곳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후보의 공약을 소개하거나 감사원의 에너지 정책 감사가 꼼꼼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한 내용을 제외하면 80%의 사설에서 탈핵을 지지했다.
2017년 11월15일 일어난 포항지진 당시에도 보수 성향 A언론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이 거듭 확인됐다”고 한 반면, 진보 성향 B언론은 “지진으로 인한 원전 공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탈원전뿐”이라고 했다.
언론 기사에 등장하는 전문가도 갈렸다.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의 ‘인용문 검색’을 통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가 언급된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 멘트 2381건 중 익명·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뺀 1917건을 살펴본 결과 전문가 선정부터 뚜렷한 차이가 보였다.

탈핵에 반대하는 언론사 3곳에서 가장 많이 인용한 전문가는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였다. 모두 원자력 분야 교수이면서 문재인정부의 탈핵에 반대하기 위해 2018년 결성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 협의회’(에교협)에서 활동 중이다. 2017년 5월 이후 약 5년 간 등장한 81명의 전문가 멘트 302개 가운데 세 사람의 비중이 33.1%를 차지했다.
반대로 진보·중도 언론사 3곳은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과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전영환 홍익대 교수(전기전자공학) 등 원전 비판가의 멘트를 가장 많이 인용했다. 세 사람의 비중은 15.5%로 쏠림은 덜했다. 다만, 최다 언급 기관 1∼3위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그린피스 순으로 환경단체가 차지했다.
가장 많이 소개된 국가는 양쪽 모두 미국과 독일, 일본이었다. 맥락은 전혀 달랐다. 진보 언론사는 “원전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유럽연합(EU)이 이를 지원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는 독일 환경부 장관의 말을 인용한 반면, 보수 언론사는 “독일은 탈원전을 택했고, 이는 비합리적”이라는 독일 주간지의 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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