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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추억’에 지갑 연다” 포켓몬빵 오픈런 동참한 ‘펀슈머’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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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6 18:00:00 수정 : 2022-06-16 08:07:53
글·사진=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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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개점 한참 전인 새벽부터 장사진
“손주 주려” “어렸을 때 추억” 사연도 제각각
지난 6일 오전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개점 전부터 ‘포켓몬빵’을 사기 위한 대기 줄이 이어져 있다.

 

SPC삼립 ‘포켓몬빵’이 재출시된 지 40여일 만에 1000만개 이상 팔려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편의점이나 소매점 등에 비해 물량 입고가 많은 대형 마트에서는 개점시간 전부터 대기 행렬을 이루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펼쳐진다.

 

일각에선 이 같은 오픈런 행렬에 “명품도 아니고, 고작 빵에?”라는 지적이 쏟아지지만, 이들은 ‘추억’에 기꺼이 지갑을 연 ‘펀슈머’(funsumer)들이다. 소비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 지출을 마다치 않는 이들과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서 “철없을 때 열광했던 물건에 다시 빠져드는 편슈머의 모습”이라며 “어린 시절과 달리 어른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으니 약간의 보상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었다.

 

실제 지난 6일 포켓몬빵 오픈런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개점 전 이른 시간부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7시쯤 찾은 경기도 하남시 소재 이마트 트레이더스 스타필드하남점에는 평일임에도 이미 40여명의 대기 행렬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번호표를 받으려는 이들로, 20~30세부터 중장년층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포켓몬빵’을 사기 위한 대기 줄이 이어져 있다. 장시간 대기를 위한 돗자리나 휴대용 의자, 담요 등을 챙겨온 이들이 눈에 띄었다.

 

손주가 하도 보채서 또는 어린 시절의 추억에 젖어서, 포켓몬이 그려진 스티커인 ‘띠부띠부실’을 모아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기 위해서 등 오픈런에 참여한 사연도 갖가지였다.

 

대기 행렬의 맨 앞에서 만난 A씨는 “새벽 5시 전에 도착했다”며 “개점 전까지 5시간 정도 기다려야 해서 접이식 의자까지 챙겨왔다”고 전했다.

 

대기 줄의 다른 이들도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돗자리와 캠핑용 의자도 등장했고, 패딩과 담요로 중무장한 채 번호표 배부를 기다리는 이도 있었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B씨는 오픈런 베테랑이었다. 대기 줄 인원만 보고도 포켓몬빵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쉽게 짐작했다.

 

그는 “손주가 하도 포켓몬빵 노래를 부르길래 검색해서 찾게 됐다”며 “월요일에도 와서 한묶음 사 갔었는데, 오늘도 아침 일찍 산책 겸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앞에 30명 정도 줄 서 있는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안정권”이라며 “주말에는 이것보다 훨씬 길다”고 웃음 짓기도 했다.

 

이모(37)씨는 오픈런에 처음으로 왔다고 한다. 그는 “편의점도 돌아다녀 봤는데, 며칠째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곳에선 새벽에 줄만 잘 서면 구매할 수 있다길래 처음 와보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창시절 때 학교 앞 가게에서 포켓몬빵도 사 먹고 띠부띠부실도 모았던 기억이 난다”며 “구하기 어렵다니까 더 갖고 싶어지더라”라고 덧붙였다.

 

함께 온 김모(32)씨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사니까 한두개가 굉장히 소중했던 기억이 난다”고 추억을 회상했다. 이어 “이제 사회생활도 하고, 월급도 받다 보니 한번에 많이 살 수 있다”며 “느낌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띠부띠부씰도 많이 모았었는데, 이사 가면서 어디로 다 사라져버려서 아쉽다”며 “지금은 스티커를 다 모으려면 몇십만원 웃돈을 주고 사야 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명품은 가격이 있다 보니 오픈런을 해도 못 사지만, 포켓몬빵은 그래도 이르게만 오면 살 수 있다”고도 했다.

지난 6일 오전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오픈런’에 성공한 이들에게만 주는 ‘포켓몬빵’ 구매권(사진 왼쪽)과 이를 설명하는 안내문.

 

대학생 장모(25)씨는 포켓몬빵에 대한 추억은 없는 세대다. 

 

그는 “저희 때는 다른 만화 캐릭터 띠부띠부씰이 유행했다”며 “별로 원하지 않는 띠부띠부씰이 나오면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등에 올려 몇천원에 판매하거나 원하는 씰과 교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적은 금액이지만 용돈 벌이로 나름 괜찮다”고도 했다.

 

오픈런에 몇차례 참여했다는 김모(30)씨는 ‘많은 포켓몬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질문에 “다 먹는다”고 답했다.

 

김씨는 “어렸을 때는 띠부띠부씰만 갖고 빵은 동생이나 친구들을 줬었다”며 “부끄럽지만 어린 마음에 몇번은 가게 쓰레기통에 버린 적도 있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금은 냉동고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먹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소비자들이 ‘포켓몬빵’을 구매해 상점을 나서고 있다.

 

수도권 각지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포켓몬빵을 세트로 묶어 일정 수량을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다. 개점 전 먼저 도착한 이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해 한정 판매하는 방식이다.

 

1인당 6개씩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한번 입고될 때 들어오는 물량이 많아 지난달부터 오픈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편의점보다 대형 마트에서 보다 쉽게 구매에 성공했다는 인증 후기가 넘쳐난다.

 

개점시간은 오전 10시지만, 이날 이미 8시30분쯤엔 100명가량이 주차장 벽을 따라 길게 줄 서 있었다. 8시50분쯤 직원이 번호표를 배부하자 대기 줄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매장에 입고된 수량은 6개 묶음 기준 77개라 20여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관계자는 “부담 없는 가격에 추억을 소환할 수 있어서 직원들도 즐겁게 이번 이벤트를 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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