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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존재감 없는 인수위는 없었다”… 정치 전문가들 혹평 [심층기획]

입력 : 2022-04-16 09:00:00 수정 : 2022-04-18 19: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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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20대 인수위 ‘중간평가’

尹 당선인·安 인수위원장 이원화로
여론의 주목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공동정부’ 위한 ‘화학적 결합’ 난항
여가부 폐지·부동산현안 결론 못내

내부 파열음 일단 봉합했다지만…
차관 등 후속인선이 불씨 될 수도
전문가들 “尹, 통합정부 노력해야”
金 전 의장은 “조급한 평가 안 돼”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이 18일 종로구 효자로 인수위원회 건물 현관입구에서 윤석열 당선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마라톤으로 치면 반환점을 돌았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닻을 올린 지 한 달째인 지난 11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10년 만에 꾸려진 이번 인수위는 그동안 정부 부처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등을 토대로 새 정부 국정과제 취합·압축 작업을 이어왔다. 인수위의 또 다른 주요 과제인 정부조직 개편은 윤 당선인이 취임한 뒤인 6·1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실질적 활동기간의 절반이 지날 때까지 인수위는 순항한 걸까. 정치권에선 혹평이 더 많이 들린다. 15일 세계일보가 정치평론 등을 활발히 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인터뷰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인수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주목도’, ‘비전의 부재’, ‘내부 갈등의 표출’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당선인발 이슈에 ‘묻힌’ 安의 인수위

 

지난달 9일 치러진 20대 대선 이후 여론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는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과 신·구 권력의 충돌, 조각 등이었다. 모두 윤 당선인이 중심에 선 이슈들이다. 인수위가 그려야 할 새 정부의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대선 때 단일화를 하면서 내건 ‘공동정부’ 구상에 따라 안 위원장이 인수위를 이끌게 되면서 화학적 결합이 애초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인수위 기간은 어떻게 보면 (정권이) 가장 힘이 셀 때인데 이번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만 놓고 봐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란 생각이 들게 만드니까 이목을 못 끄는 것”이라며 “인수위가 새 정부 청사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번 인수위는 ‘무색무취’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입법부인 국회의 의석 상황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위가 새 정부 출범 후) 여소야대 국면을 의식해서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자는 실용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인수위발로 발표되는 정책들이 현 정부와 비교할 때) 근본적으로 뭐가 어떻게 바뀐다는 느낌이 없다”며 부동산 공급 정책을 한 예로 들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도 “역대 인수위가 이렇게 뉴스의 중심에서 벗어난 경우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상당히 약해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잡음 적었다”지만, 안팎으로 파열음

 

인수위는 윤 당선인이 주도한 이슈들로 신·구 권력 충돌 양상이 전개됐을 땐 당선인을 대신해 최전방에서 현 정권과 맞서며 정쟁의 한가운데 서기도 했다. 전문위원과 실무위원 등 일부 관계자의 과거 문제가 뒤늦게 불거져 해촉되거나 인수위 내부를 겨냥한 폭로전이 벌어지는 등 파열음이 종종 터져 나왔다. 최근 윤 당선인이 발표한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 패싱’ 논란으로 안 위원장의 측근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을 돌연 사퇴하는가 하면, 안 위원장이 ‘잠적’하는 일도 있었다. 다만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격 만찬 회동을 하면서 갈등은 극적으로 봉합됐다.

 

두 사람이 다시 “한 팀”을 외쳤지만 대외적으로는 안 위원장이 지난 11일 회의에서 했던 “이렇게 잡음이 적은 인수위는 없었다”는 자평이 무색해졌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으면 (안 위원장 측이 추천한) 인수위원들만 몇 명 집어넣을 게 아니라 내각 인선에도 (안 위원장 측 의견을) 반영을 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안팎으로 혼란스러워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한 점수 못받아… 전문가들 제언은

 

본지와 인터뷰를 한 교수들은 지금까지 인수위 활동에 대해 “계량화하긴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굳이 중간평가를 하자면 후한 점수를 주진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점으로 C학점 정도를 주겠다는 이준한 교수는 “남은 기간 동안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국정과제를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고, 새 정부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과제”라고 강조했다. 채진원 교수는 10점 만점에 6점을 주겠다며 “윤 당선인이 통합정부를 주창했으니 최소한 절차적 정당성이라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야당과의 대치 국면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방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창환 교수는 점수로는 7점, 학점으로는 C 정도를 매기겠다면서 “지금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인수위는 새 정부가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과제, 대대적으로 손 봐야 하는 과제 등을 잘 정리해서 ‘포스트잇’을 잘 붙여놓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7~8점을 주겠다는 신율 교수는 공동정부 약속 이행을 거듭 역설했다. 차재원 특임교수는 학점으로 B+ 매기겠다며 “당선인과 인수위가 별개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빨리 극복해야 성공적인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박상철 교수는 “내가 볼 땐 과락”이라며 아예 점수를 주지도 못하겠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이명박(MB) 인수위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두 달짜리 인수위를 한 달 행적만 갖고 조급하게 평가를 하면 안 된다”며 “저는 인수위가 요란하게,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인수위는 차분하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장은 “앞으로 인수위는 윤석열정부의 국가경영 철학이나 국정지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제시해야 하고, 새 정부가 보완 또는 수정할 과제, 그리고 언제까지 이를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 등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배민영·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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