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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화학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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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4-13 23:40:30 수정 : 2022-04-13 23: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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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4월22일 저녁 벨기에의 서부 도시 이프레. 독일군과 대치하던 프랑스군 참호로 수상한 녹색 연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불과 10여분 만에 참호에 있던 프랑스군 6000여명이 심한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 연기는 치명적인 염소가스로 드러났다. 가공할 대량살상무기에 경악한 연합군도 즉각 화학무기 개발에 나서면서 1차 대전은 통제불능의 독가스 전쟁터로 전락했다. 그 결과 종전 때까지 약 9만명 사망, 120만명 부상이라는 흑역사가 만들어졌다.

화학무기는 인체에 해를 입히는 독극물이나 화학 물질을 이용한 모든 무기를 뜻한다. 폐와 호흡기를 공격하는 질식성 유독가스, 신경 전달 물질을 방해하는 신경 작용제 등은 극소량으로도 인체에 치명적이다. 액체상태인 VX 같은 신경성 독가스는 한두 방울로 성인 남성의 목숨을 짧게는 수분 안에 앗아간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을 때 VX 성분이 검출됐다. 북한은 VX 등 25종의 화학작용제 2500t 이상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화학무기 강국이다.

이라크는 1980년부터 8년간 이란에서 신경작용제와 겨자가스 등을 살포해 수천명을 살해하고 100만여명에게 피해를 줬다. 1993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은 독성가스 등을 전쟁 시 사용은 물론 개발·생산·저장까지 금지하고 있다. 사용 유혹 자체를 원천봉쇄한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국지전에서 불량국가들이 ‘저비용·고효율’인 화학무기를 은밀하게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등 대부분 국가는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합의, 화학무기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마리우폴을 공격 중인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아조우 연대는 그제 “러시아 무인기가 정체불명의 화학 물질을 배출했고, 우리 병사들이 호흡곤란과 거동 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화학작용제를 사용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사실로 판명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질 것이다. ‘블량국가’ 러시아의 전쟁범죄가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어 걱정이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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