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그간 가족, 재산 공개안해
미 의회 증언 나선 러 투자사 CEO
“푸틴은 비공식 세계 최고 부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한 공식 재산은 아파트 1채와 연봉 14만달러(약 1억7000만원) 뿐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차르’라고 불리며, 호화로운 크렘린궁에 집무실을 둔 그의 이 같은 소탈함을 믿는 사람은 없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국제사회가 푸틴 대통령의 두 딸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면서, 그동안 철저히 감춰왔던 푸틴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가족, 측근 등이 관리하는 은닉 재산 규모를 합치면, 푸틴 대통령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장녀와 차녀도 제재 명단에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두 딸 등 그의 가족과 핵심 측근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새 제제안을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처 사이에 두 딸을 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국제사회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푸틴 대통령의 장녀 마리아(37)와 차녀 카테리나(36)가 은닉 자산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장녀 마리아는 의학 연구에 종사했고, 의료서비스 분야의 전문 러시아 투자회사인 노멘코의 공동 소유주다. 차녀 카테리나는 모스크바대학의 과학연구진흥재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자산 중 일부는 이들이 관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푸틴의 두 딸을 제재 대상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푸틴의 자산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가족들에게 은닉돼 있다”고 설명했다. 두 딸은 모두 결혼했고, 자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5년 푸틴 대통령은 연례 기자회견에서 딸에 대한 질문에 “딸이 자랑스럽지만 절대 공개적으로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관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딸들이 3개 국어를 한다는 사실을 소개하면서 “딸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딸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소문을 의식한 듯 “러시아에서만 교육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딸들이 어디에서 일하고 무엇을 하는지 정확하게 밝힌 적도 없고, 앞으로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안을 필요로 하는 여러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식적으로는 두 딸을 뒀지만, 푸틴 대통령에게는 그 외에도 자녀가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그는 리듬체조선수 출신인 알리나 카바예바(38) 사이에서 4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 카바예바와의 염문설은 지난 2008년 처음 나왔다. 자녀들은 모두 미성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위스에 머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푸틴은 비공식 세계 최고 부자”
푸틴 대통령의 개인 자산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비공식적으로는 세계 최고 부자일 것이라고 관측한다.
러시아 투자회사의 전 최고경영자(CEO) 빌 브라우더는 2017년 7월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푸틴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그가 집권하는 17년 동안 약 2000억달러(약 241조3000억원)를 부정 축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7년 기준 포브스 선정 전 세계 부자 순위 1위인 빌게이츠의 재산 890억달러(107조원)와 2위인 제프 베이조스의 재산 815억달러(98조원)를 합한 것보다도 더 큰 규모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푸틴은 아마 나보다 훨씬 부자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의 탈세와 부패 실태 등을 폭로한 문건인 이른바 ‘판도라 페이퍼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연인으로 보도된 한 여성은 모나코에 410만달러(약 49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는 등 그동안 축적한 자산이 1억달러(약 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최근 이탈리아 당국이 조사하고 있는 슈퍼요트 ‘셰에라자드’의 소유주를 푸틴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 약 140m 길이에 체육시설, 헬리콥터 착륙장 2개, 금으로 도금된 세면시설 등을 갖추고 있는 이 요트의 가격은 7억달러(약 8600억원)에 달한다.
이미 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자산 규모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12년에는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가 푸틴 대통령의 자산과 관련해 산악지대의 호화 리조트 등 20개의 부동산과 함께 수십 대의 자가용 비행기, 4대의 요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넴초프는 2015년 모스크바강 다리 위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유족들은 암살의 배후를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으로 지목했지만,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투옥된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도 지난해 ‘푸틴 궁전’으로 알려진 흑해의 초호화 리조트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 투입된 이 리조트의 경비는 러시아 대통령 경호기구가 맡고 있고, 이 일대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차명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됐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소유라는 사실을 증명하기는 힘들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 미국과 동맹국이 압류 등 제재를 목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자산을 추적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의 자산은 모스크바에 있는 작은 아파트 1채와 연봉 14만달러(약 1억7000만원) 뿐이다. 그러나 20여년간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로서 신흥재벌 ‘올리가르히’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의 자산을 감추는 데는 러시아의 국영기업과 각종 기관까지 동원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알리나 폴리야코바는 “푸틴 대통령 자산을 압류하려면 결국 러시아 정부 전체를 제재해야 한다는 것”면서 “현재 수준의 제재는 푸틴 대통령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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