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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 눈치 봐가며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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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30 23:02:28 수정 : 2022-04-08 22: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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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에서 활동하는 다문화 언어 강사는 70여명이다. 모두 외국(13개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2009년부터 서울교대에서 다문화교육 이중언어 강사 양성 과정을 마치고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을 한 시간이 어언 10년이 넘는다.

다문화 언어 강사들은 수업을 하면서 종종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학기 초 일본에서 온 선생님을 만나면 학생들의 첫마디가 이렇다. “일본은 한국을 침략했어요. 일본이 싫어요.” “일본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요. 일본 사람들은 다 나쁜 ×들이에요.” 중국에서 온 선생님을 만나면 “선생님은 한국 편인가요, 북한 편인가요?” “김치는 한국 건가요, 중국 건가요?” “중국은 왜 가짜를 많이 만들어요?” 등 질문을 던진다. 또 몽골 선생님을 만나면 이렇게 묻는다. “몽골 오랑캐가 우리나라를 침략했어요. 몽골 싫어요.”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지난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300만 외국인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글로벌 시대 다문화사회에서 외국인들을 적대시하고 지난날에만 갇혀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이 또한 올바른 처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린 학생들이 이런 생각과 말을 하는 데는 어른들과 언론의 영향이 크다. 학생들은 ‘조선’이라고 말하면 북한으로 생각한다. 1392년 이성계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뒤 국호를 조선이라고 하였다. 오랫동안 한국인은 곧 조선인이었다.

지난 2월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55개 다른 소수민족과 마찬가지로 조선족도 한복을 입고 참석했다. 이것을 보고 언론에서는 ‘한복 찬탈’, ‘문화공정’이라면서 과민반응을 보였다. 한반도에서 중국 만주 지역으로 간 조선인을 중국에서는 하나의 소수민족으로 인정하고 조선족이라고 명명하였다. 조선족은 중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한민족임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조선족은 한민족이라는 자긍심을 안고 한민족의 전통을 잘 보전하고 있다. 명절이나 결혼식, 회갑 등 의미 있는 날에는 한복을 입고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경축하기도 한다.

한국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다는 말이 “다 돌아봐도 우리나라가 최고야”라고 한다.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은 가상한데 자문화 우월주의와 타문화 배타주의가 무의식에 잠재해 있다가 겉으로 드러나는 한 단면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타 문화에 대한 포용력도 부족하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줌으로 화상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문화 다양성 수업을 집에서 부모가 자녀와 함께 듣게 되었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 문화를 좋다고 해야지 어디 자기들 나라 문화가 좋다고 떠들어대냐?” “그렇게 좋으면 한국에 살지 말고 너희 나라로 가라.” 이런 심한 말씀을 하기도 한다. 다른 교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경우도 봤다.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교육 대상의 눈치를 봐 가면서 해야 하나?’ 어이가 없어서 허구픈 웃음만 나온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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