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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수칼럼] 외환보유액보다 중요한 ‘통화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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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27 22:58:47 수정 : 2022-05-02 16:4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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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늘린 푸틴 ‘헛다리’
서류상 주인일 뿐 쓰지도 못해
한·중 통화스와프 재평가할 때
韓, 美·日과 ‘통화동맹’ 복구 시급

더 많이 쌓으면 좋은 줄 알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환보유액을 두 배 늘린 이유다. 2015년 4월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역대 바닥 수준(3560억달러)으로 추락했다. 2014년 크림반도 침공 이후 서방 제재 때문이다. 쓰린 기억이다. 외환보유액이 전시에 군자금(軍資金)이라는 걸 깨달았다. 부랴부랴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역대 최고치(6300억달러)까지 외환보유를 늘렸다. 나름 국제사회 제재에 대비한 거다.

그런데 푸틴이 헛짚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은 안전판이 아닌 ‘급소’였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선 서방의 반격무기가 러시아 외환보유액 동결이다. 해외투자 유가증권 3113억달러, 해외예탁 1520억달러, 금(金) 1323억달러,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240억달러 가운데 러시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일까.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우선 해외투자 유가증권은 시장에 팔 수가 없다. 팔려도 송금이 안 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되었다. 해외예탁금은 외국 중앙은행, 국제금융기구(IMF, BIS) 등에 예치 중이다. 당장 꺼내 쓰기 만만치 않다. 금괴 상당 부분은 보관처가 뉴욕 연준과 런던 영란은행 지하 금고다. 러시아는 그저 서류상 주인일 뿐이다. IMF SDR도 최대주주 미국(16.5%)이 틀어막고 있다. 러시아가 손에 쥔 금액은 달랑 120억달러(외환보유액 2%)라는 게 시장 예측이다. 러시아 금융자산의 통제권을 서방국이 쥐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8단계 강등시킨 배경이다. 국가부도 사태 직전이다.

러시아가 꼼짝 못하고 당하는 봉변을 중국도 지켜보고 있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3조4000억달러)이라며 뻐기다간 큰코다친다. 중국 근대사에 눈여겨볼 교훈이 있다. 1933년 4월 미국이 금본위제도를 파기하자 금값은 올랐지만 은(銀)값이 폭락했다. 금과 은의 교환비율이 1대 17에서 1대 132로 뛰었다. 디플레이션 와중에 은은 더 이상 돈이 아닌 물건에 불과했다. 하필 9개월 전 장제스 정부는 은본위제 복귀를 선언했다. 외환보유액(은화) 80% 이상을 앉아서 날려버렸다. 국제정세에 귀 닫고 나 홀로 행보를 한 업보다.

외환보유액의 약점을 메꾸는 대안이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이다. 2008년 말 금융위기 때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우리 외환당국은 2000억달러를 지니고도 마지노선이라며 한 푼 못 쓴 채 전전긍긍했다. 상황을 단박에 진정시킨 건 한·미 통화스와프(300억달러)이다. 2000억달러 외환보유액보다 300억달러짜리 ‘마이너스 통장’(한·미 통화스와프)이 시장에 더 큰 믿음을 줬다.

하지만 모든 스와프가 다 같은 건 아니다. 만일 한·러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 중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비로 매일 200억달러(25조원)를 쓴다. 우리나라 국방예산(54.6조원) 절반이다. 다급한 러시아 중앙은행이 한은에 통화스와프를 요구할 수 있다. 확보한 원화로 달러화를 사기 위해서다. 국제사회가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3월 7일 정부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거래를 중단했다. 이는 한·러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계약 무효화라는 초유 사태로 이어졌을 거다. 요즘 미국은 대(對)중국 금융제재 강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미·중 관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 진한 색으로 바뀌는 추세다. 4000억위안(590억달러 규모, 70조원) 한·중 통화스와프의 득실을 섬세하게 재평가할 때다.

내 자산(돈)도 상대방(국제사회)이 화답해야 쓸 수 있는 시대다. 새 정부는 미국·일본과 외교안보 동맹관계 수습을 강조한다. 못지않게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간 ‘통화동맹’ 복구도 시급하다. 중국과는 통화스와프를 하면서 정작 미국(안보동맹국), 일본(안보협력국)과는 종료 상태다. 핵심축(linchpin)이 빠진 모양새다. 통화스와프는 급할 때 군자금을 서로 빌려주는 약속이다. 그래서 통화동맹이다.


강태수 카이스트 경영대학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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