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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향 솔솔·육즙은 팡팡… 와인과 환상궁합 [유한나가 만난 셰프들]

입력 : 2022-03-26 12:00:00 수정 : 2022-03-25 19:34:40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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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해동셰프 이베리코 뼈등심

스페인 숯불오븐 ‘조스퍼’ 이용한 그릴요리… 안초비 넣어 만든 토마토소스도 일품
지질단층 연상되는 트러플 감자 테린 ‘겉바속촉’… 고급스런 풍미
“간단한게 최고” 철학 요리… 시간 지날수록 단순함의 매력 느껴
‘이비티(ebt)’의 노해동 셰프를 만났다. 노 셰프는 어렸을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이 사실을 자신이 느끼게 된 것은 중학교 때다. 집 냉장고 안에 있던 참게장을 넣고 끓인 라면 하나가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남은 참게장 다리와 껍데기를 넣고 끓인 라면이 너무 맛있어 친구에게도 이 라면을 끓여줬다. 친구가 너무 맛있게 먹었고, 이런 모습이 보기 좋았던 어린 노해동은 모든 반친구들을 불러서 라면을 끓여 먹이면서 행복한 느낌을 각인했다고 한다.

 

그를 눈여겨본 것은 아버지였다. 그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국내에 처음 생긴 조리 특성화 고등학교 진학을 권유했다. 본격적인 요리의 길로 들어선 과정이다.

조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주대 외식조리학과에 진학, 학부 과정을 거치면서 미국 페어몬트 호텔에서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후 호주의 ‘키’(quay), 홍콩의 ‘라틀리에 드 조엘 로뷔숑’(L’atelier de Joel robuchon), 영국의 ‘시티 소셜 바이 제이슨 에서턴’(city social by Jason Atherton) 등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웠다.

영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와 CJ푸드빌에서 2년 조금 넘게 메뉴개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현장에 대한 갈증이 있어 현재 근무 중인 엘본에 자리 잡았다. 현장으로 돌아온 뒤 2018년 호주 양고기 홍보대사로 위촉됐고, 쿠킹클래스와 강의도 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카페 명동, 이니스프리카페 청두, 크리스피 프레시 등의 메뉴 컨설팅도 맡아서 진행했다. 현재는 이비티 가로수길 매장에서 근무하며 신규 매장 출점, 각 매장의 연구개발(R&D) 등을 도맡고 있다.

엘본 더 테이블의 ebt는 2년 전 출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노 셰프가 맡아서 이끌었다. 급하게 변하고 트렌디한 부분에 빨리 반응하는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던 노 셰프의 선택은 스페인의 숯불 오븐인 ‘조스퍼’(Josper)를 이용한 그릴 요리였다. 직접 구워낸 고기를 바탕으로 와인과 함께 즐기기 좋은, 쉽고 간편한 음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고객의 접근이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이런 요리를 선택한 것은 노 셰프의 요리 철학이 바탕이 됐다. 바로 ‘간단한 게 최고’(Simple is the best)라는 한 문장으로 그의 요리 철학을 설명할 수 있다. 노 셰프도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에는 복잡하고 구성요소가 많고 장식이 강한 요리를 뽑아내는 것을 즐겼다. 점차 시간이 지나고 요리를 더 많이 다루면 다룰수록 단순함이 주는 매력을 이해하게 됐고, 메뉴를 만들 때에도 더하기보다는 빼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 그의 요리들은 단순하고 간결하며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완성된다. 이런 작업을 통해 본질에 접근하고 자신만의 색을 레스토랑에 입히려 노력하고 있다.

트러플 감자 테린

노해동 셰프를 나타내는 요리 두 가지는 트러플 감자 테린과 이베리코 뼈등심이다. 첫 번째 메뉴인 트러플 감자 테린은 감자를 얇게 썰어 버터 샬롯 타임과 같이 오븐에 구워낸다. 오븐에서 나온 감자를 다시 겉면만 팬으로 튀기기 때문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게 완성된다. 감자라고 생각하면 연상되는 형태와 전혀 다른 모양으로 완성되는데, 밀푀유 같기도 하고 켜켜이 쌓인 감자의 모습이 마치 지질학 책에서 보던 단층을 연상시킨다. 이런 모양을 만들기 위해 라사냐처럼 감자를 쌓아 올리는데, 그 안에 트러플 페이스트가 들어가고 마무리로 트러플을 갈라서 올려준다. 부드러운 감자와 트러플의 풍부한 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계절 채소와 허브 마요네즈가 곁들여 제공되는데 이 모든 것이 입 안에서 하나로 뒤섞이면서 풍성하게 만들어내는 맛이 매우 견고하고 고급스럽다. 손이 매우 많이 가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감자를 활용해 고급스러운 풍미를 만들어내는 채소 요리이기 때문에 노 셰프가 지양하는 지점과 그 괘를 같이하고 있다.

이베리코 뼈등심

두 번째 메뉴인 이베리코 뼈등심은 표면에 지방이 넉넉히 있어서 조스퍼의 숯불향을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다. 조리 전 염지를 통해 조금 더 촉촉하고 간이 골고루 밴 이베리코를 즐길 수 있다. 염지는 팔각, 월계수, 통후추, 코리앤더 시드(고수 씨앗)로 만든 염지액에 3시간 이상 재우는데, 이 과정에서 돼지고기 특유의 퍽퍽함이 사라지고 촉촉함이 살아난다. 조스퍼는 그릴링과 스모킹이 같이 되기 때문에 그 특징을 살려서 조리할 수 있다. 별도의 훈연칩을 사용하지 않고 고기가 지닌 기름이 녹으면서 나는 향으로 훈연해 고기 자체의 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뼈등심 형태 그대로 살려서 플레이트만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마지막에 브라운 버터를 발라서 식욕을 자극한다. 우리나라의 멜젓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안초비와 올리브를 넣어 만든 토마토 소스와 함께 제공돼 익숙한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노해동 셰프는 장르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셰프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먹어보는 등 많은 시도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에서 성장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때 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죠.” 창작 과정을 통해 손님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하다 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 모든 부분을 상쇄시키는 건 고객들의 반응이다. 플레이팅, 매장의 분위기, 음악, 원가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노 셰프는 하지만 “내가 만든 요리의 피드백이 손님 얼굴에서 바로 드러난다”며 “그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면 지친 심신에 위로가 오고 다시 힘을 내게 된다”고 말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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