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크림반도 뺏긴 후 軍훈련 주력
패트리엇·아이언돔 등 도입 추진했지만
美·이스라엘, 러와 갈등 우려로 무산돼
軍, ‘北 미사일 요격용’ L-SAM 개발 중
2026년 배치 땐 다층 방어망 구축 가능

충격과 공포, 절망, 분노가 평화롭던 우크라이나를 뒤덮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한 직후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 등을 공격하면서 수천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국민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항전하고 있지만, 전쟁 전 단계에서 러시아의 군사개입 의지를 무력화할 전략적 수단을 갖췄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군비증강 노력했지만… 전략적 억제력 한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가 군비 확충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실상은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이후 대대적인 군사력 정비를 진행해왔다. 영국과는 지난해 7월 ‘코사크 메이스’(Cossack Mace), 미국과는 9월에 ‘래피드 트라이던트(RAPID TRIDENT) 2021’ 등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 서방의 군사 지식을 꾸준히 습득했다. 서방 국가 교관을 초청해 지상군과 특수전부대를 훈련시키고 현대적인 장비를 공급했다. 훈련을 받은 우크라이나군 가운데 특수전부대 저격수는 서방측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푸틴의 무모한 침공을 억제하지는 못했다. 러시아 수뇌부의 전쟁 의지에 영향을 미칠 공격용 미사일과 현대적인 방공망이 결합된 전략적 억제력이 우크라이나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 지도부를 겨냥해 발사된 미사일을 100% 격추하는 방어 체제는 없다. 모스크바 등 러시아 주요 도시를 타격할 수단을 우크라이나가 보유했다면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제약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탄도·순항미사일이 없어도 미사일방어체제(MD)가 있다면 전략적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러시아처럼 지상군 투입에 앞서 상대를 미사일로 제압하는 작전을 선호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미국 NBC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전 미국산 패트리엇(PAC-3)이나 이스라엘산 아이언돔 도입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와의 갈등을 우려한 미국, 이스라엘의 소극적 태도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3∼2016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최고사령관 겸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필립 브리드러브는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 미사일 전력 강화해야”
한국도 MD와 공격용 미사일 전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를 초토화하는 전면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선 전략적 억제력이 필수이며, 이를 통해 북한 등 주변국이 정세를 오판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군도 미사일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충남 안흥시험장에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가 실시됐다.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궤도를 따라 발사체를 쏘는 비행 테스트였지만, 일정한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의 핵심 요소인 L-SAM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고도 50∼60㎞에서 비행할 때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오는 2026년 L-SAM이 실전 배치되면 고도 40∼150㎞를 방어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과 천궁-Ⅱ와 함께 다층 방어망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지난달 28일 주요지휘관회의를 통해 지난해 시험발사 당시 초음속순항미사일과 고위력탄도미사일의 배치를 공개했다. 초음속순항미사일은 음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적 방공망을 돌파한다. 고위력탄도미사일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적 지휘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사일 운용을 위한 군 구조 개편도 진행된다. 군은 오는 4월 육군미사일사령부를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로,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를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로 확대 개편한다.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는 유사시 전략적 표적을 현무 탄도미사일 등으로 정밀타격하며, 공군미사일방어사령부는 북한 등 주변국 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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