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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거대한 역사 ‘코로나 팬데믹’

입력 : 2022-03-19 01:00:00 수정 : 2022-03-19 00: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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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년 전세계 590만명이 사망
OECD국가 성장률 마이너스 5% 넘어
저자, 의학 아닌 정치경제학적 접근
동시대·다차원적 변화 세계사적 조망
코로나 초기 준비 없던 각국 정부들
확산 방지 실패로 앞다퉈 셧다운 조치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는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경보가 계속 울렸음에도 제도적 준비를 거의 하지 않는 ‘조직화된 무책임’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병상이 설치되던 모습. 우한=AP연합뉴스

셧다운/애덤 투즈/김부민 옮김/아카넷/2만9800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을 공식 인정한 지 1년 만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에서 220만명이 숨졌고, 2년이 지난 2022년 2월 말까지 무려 590만명이 공식적으로 숨졌다. 2020년 한해에만 OECD 국가 대부분이 마이너스 5% 이상의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계 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코로나19에 휘청거리는 세계의 모습에 2020년 4월 초 수척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제1차 세계대전이다. 다른 세계대전들은 몇몇 대륙에 국한되었으며 다른 대륙에서는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전쟁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친다. 이 전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위기 분석의 대가로 불리는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는 책 ‘셧다운’에서 의학이 아닌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2021년 여름까지의 팬데믹 세계사를 서술한다. 그는 어지러운 사건들과 동시대적이고 다차원적인 변화를 하나의 세계사적 조망 속에서 성공적으로 녹여낸다.

그러니까 2019년 11월, 중국 내륙 후베이성에 자리한 인구 1100만의 대도시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비밀스럽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 우한과 후베이성 지도부는 이듬해 3월 예정된 전국인민대표회의에만 관심을 집중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불편한 뉴스를 막는 데 여념이 없었다. 초기 대응 실패를 초래한 보고의 실패였고,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비슷한 것이었다.

시 주석은 2020년 1월20일에야 코로나19의 발발을 공식 인정했고, 정부 지도부와 당국은 뒤늦게 전면 대응에 나섰다. 1월22일 일부 도시와 지역에서 셧다운이 시작된 이래 2월 초까지 중국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14개 성과 도시가 봉쇄됐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방역을 ‘인민전쟁’이라고 부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독려했다.

애덤 투즈/김부민 옮김/아카넷/2만9800원

우한과 중국의 소식, 중국 밖으로 퍼져나간 코로나19는 곧 전 세계에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다. 2월 셋째 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구적으로 번져갔다. 2월15일 기점으로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에서 심각한 유행이 시작했고, 특히 2월20일 대구에선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부분적인 셧다운이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갖기 위해선 의료시스템을 지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감염자와 확산 속도를 조절하는 ‘곡선 평탄화 전략’이 관건이었다. 쉽게 말하면,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집중 치료실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한꺼번에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해야 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준비가 덜 돼 있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탄핵 추문에 대처하는 한편 재선을 노리고 움직였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각종 대책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도쿄하계올림픽 때문에 발 빠른 대응을 주저했다.

주요 선진국들의 사회적 대응 능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건 곧 드러난다. 3월 첫째 주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세계는 문을 닫기 시작했다. 3월9일 유가가 출렁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주가도 폭락했다. 세계보건기구(WHO) 3월11일에야 공식적으로 코로나19의 유행 사태를 선포했다.

이때는 이미 초기 단계를 넘어선 상황이었다. 이는 대량 검사와 격리로 확산 방지에 성공한 한국의 길을 갈 수 없다는 걸 의미했다. 이제 남은 것은 냉혹한 선택지밖에 없었다.

“영국 대중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때 이르게 떠나보내게 될 겁니다.” 존슨 총리는 3월12일 심각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이날 학교를 휴교했고 이틀 뒤 술집과 레스토랑을 폐쇄했으며 3월16일엔 전면 록다운을 선포하며 “국가 총동원”을 촉구했다.

셧다운 조치는 주요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했다. 모든 사람들은 일상에 지장을 받았고, 나라와 나라를 오가는 여행마저 가로막혔다. 공적 생활의 상당 부분이 중단됐고, 전 세계에서 30억명이 넘는 성인이 일시에 해고를 당하거나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학교가 닫혀서 16억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의 교육이 중단됐다. 전 세계 국가의 약 95%에서 1인당 GDP가 동시에 감소했다. 각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로 돈을 풀었다.

마침내 11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백신 임상 시험에 성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백신은 선진국부터 보급됐고 차츰 전 세계로 확산됐다. 중국과 러시아 등도 자체적인 백신을 개발, 보급했다. 마침내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하는 모습. 뉴시스

저자는 책에서 한국 정부가 초기 코로나19 팬데믹에 가장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호평한다. “한국은 단호한 조기 대응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였다.”(114쪽) 한국은 1월27일 이후 7주 동안 29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검사하는 등 하루 수십만명을 검사할 역량을 갖추며 팬데믹 확산의 저지에 성공했다. 아울러 셧다운이 아닌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통제와 경제 살리기를 동시에 성공시켰다. 저자는 각국이 팬데믹 초기에 한국처럼 대응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만약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도전에 대응했더라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선택적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했더라면, 어쩌면 2020년의 역사는 크게 달랐을지도 모른다.”(116쪽)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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