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90돈·은 110돈, 자수정, 루비 들여…세트당 6800만원
이승만 때 대통령령 공포…대통령 취임식 공식 식순이기도
美, 현직 대통령이 전직에…英, 국왕이 전 총리에게 수여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부부를 위한 무궁화대훈장 두 세트를 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셀프 수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역대 대통령 모두 예외 없이 무궁화대훈장을 본인에게 직접 수여했는데, 이 같은 관례가 적절하냐는 지적은 수훈 때마다 매번 있어왔다. ‘공적이 있어야 서훈이 있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1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6월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해 무궁화대훈장 두 세트를 제작했다. 무궁화대훈장은 상훈법에 규정된 12종류 56등급 훈장 중 최고 훈장이다.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그 외 우방국의 원수 및 배우자 등에게만 수여할 수 있다.
최고등급의 훈장답게 제작 또한 만만하지가 않다. 상훈법 시행령에 규정된 무궁화대훈장 제식을 보면 금 717g(190돈)과 은 417.5g(110돈), 자수정, 루비가 쓰인다. 이번 제작에도 한 세트에 약 6800만원이 들었다. 두 세트를 만드는 데 총 1억3000만원 이상이 쓰인 셈이다.
◆첫 수여자는 이승만…盧·MB는 퇴임 무렵 수여
무궁화대훈장의 첫 수여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다. 흥미로운 점은 후임 대통령과 달리,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뒤에야 훈장을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9년 8월 13일 대통령령으로 무궁화대훈장령을 공포한 뒤 이틀 뒤 건국공로자 표창식에서 해당 훈장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하상복 목포대 교수는 저서 ‘권력의 탄생’에서 무궁화대훈장 자체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명품’으로 평가했다.
대통령 취임식의 공식적인 식순 중 하나로 무궁화대훈장 수여가 포함된 것은 윤보선 전 대통령 때부터다. 이후 1980년 전두환 전 대통령 취임 때까지 신임 대통령은 늘 무궁화대훈장을 패용한 채 엄숙한 표정으로 취임 선서에 나섰다. 직선제 최초로 선출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는 취임식에 무궁화대훈장을 착용하지 않았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무궁화대훈장을 받아 왔던 관례를 깬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2003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무궁화대훈장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취임식 때보다는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치하받는 의미에서 퇴임과 함께 받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퇴임 직전에 무궁화대훈장을 받았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2013년 2월 27일 훈장을 받았다.
◆獨·佛은 한국과 유사…美는 현직이 전임에게
이렇다 보니 무궁화대훈장이 수여될 때마다 ‘셀프’ 논란이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국회입법조사처가 ‘우리나라 서훈 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 논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입법조사처는 “법규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이러한 서훈 관행이 상훈법 제2조에서 규정한 공적 중심의 서훈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공정 심사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훈법 2조는 “대한민국 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방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막 취임한 신임 대통령에게 ‘뚜렷한 공적’이 있기 어렵다. 또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의 상훈을 결정하는 것 역시 공정한 심사로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해외는 어떨까.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직 대통령 또는 총리가 이·취임식 혹은 재임 중에 최고훈장을 받는다. 반면 미국은 퇴임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수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은 국왕이 퇴임한 전 총리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전 총리가 사망했을 때 국왕이 최고훈장을 내린다.
입법조사처는 “논란을 불식시키고 국민의 더 많은 공감을 얻기 위해, 미국 등과 같이 공적심사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에게 서훈하는 방향으로의 상훈법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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