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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독립 저지”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악몽인 이유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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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3-13 06:00:00 수정 : 2022-03-13 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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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중국도 국방예산을 증액하며 군비 증강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만해협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대만이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대적인 군비 확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보급 문제와 더불어 우크라이나군과 시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 고전하면서 중국의 대만 공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비 7.1% 증액한 중국

 

중국은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보다 7.1% 늘어난 1조4504억 위안(279조 4000억원)으로 정했다.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국방비 증가율(6.8%),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치(5.5%)보다 높다. 한국 국방비 (54조6000억원)보다 5배나 많다. 

 

거액의 국방비를 확보한 중국은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리커창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 보고에서 “군사 훈련과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한 미국을 견제하려면 첨단 무기를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공군 J-20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 직후 상승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은 F-22와 더불어 F-35를 인도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도 F-35를 도입한 상태다. 한미일 3국이 동아시아에 스텔스 전투기를 대거 전개한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도 스텔스 전투기를 늘려야 한다.

 

J-20 스텔스 전투기는 중국이 추가 도입할 가능성이 높은 무기로 평가된다. 중국이 F-22와 F-35에 맞서려면 스텔스 전투기 보유량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시점에서 투입할 수 있는 스텔스기는 J-20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J-20을 대량생산해 주요 공군부대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대량생산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었던 자국산 엔진 개발도 성공한 상태다. 

 

엔진을 국산화하면서 중국은 동구, 남구, 서구, 북구 및 중앙 등 모든 전구에 J-20을 배치하는데 필요한 만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는 야간 훈련을 실시하는 등 J-20의 전투능력 강화에도 적극적이다.

 

중국이 신기술을 총동원해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2015년부터 건조 중인 신형 항공모함은 미 해군에 맞설 중국 해군의 핵심 전력이다. 

 

중국 해군 항공모함 랴오닝호가 항구에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미완성 항모를 개조한 랴오닝호와 이를 토대로 제작한 산둥호는 스키 점프대를 이용해 전투기를 이륙시킨다. 

 

사출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스키 점프대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피했지만, 함정 중량 증가와 비행갑판에서의 항공기 이동 경로 제약, 헬기 운용 공간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어 항모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신형 항모는 미 해군 제럴드 포드 핵항모와 같은 방식인 전자기식 사출기를 이용한다. 비행갑판도 평평한 형태다. 항공기 운용을 위한 공간이 넓어지고, 함재기가 더 많은 폭탄과 연료를 실을 수 있어 공격력과 항속거리가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전략폭격기도 중국이 중시하는 무기다. 현재 중국 공군이 운용중인 H-6J 폭격기는 작전반경이  1990년대 초부터 중국이 운용한 H-6G보다 50% 늘어난 3500㎞에 달한다. 이전 기종보다 더 많은 폭탄과 공대함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중국은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대폭 낮춘 스텔스 폭격기 H-20 개발도 진행중이다. 순항미사일 4발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진 H-20은 미 해군과 공군기지가 있는 괌을 타격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군 전략폭격기 H-6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대만 공격도 영향

 

중국의 대대적인 군비 확장은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만을 겨냥한 행보다. 중국이 무력으로 통일을 실현하려는 전쟁 상황이 대만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면서 중국의 대만 공격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8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대만 문제에 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도부의 결정을 과소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방의 대응 강도에서부터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지난 12일 동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로 어느 정도 놀라고 흔들렸다고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셈법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레이그 싱글턴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푸틴이 전장에서 겪은 많은 차질들은 중국의 군사 계획가들이 대만을 무력으로 쉽게 탈환할 수 있다는 낙관주의를 무력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중국 해군항공대 J-15 전투기들이 항모 랴오닝호 비행갑판에서 대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노조에 후미아키 일본 오키나와 국제대학 부교수도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세계 각국의 제제와 비판에 직면하면서 중국도 단기간 내 대만 침공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는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쉽게 투입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번 침공을 앞두고 벨라루스에 병력을 배치, 우크라이나를 3면에서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륙 지역의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데 필요한 공격용 미사일을 갖추지 못했다. 

 

러시아로서는 본토가 위험에 처할 걱정 없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 있다. 모든 면에서 전쟁에서 단기간 내 승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던 셈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제재와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화력을 퍼붓고 있지만, 단기간 내 우크라이나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해진 상태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겪었던 것보다 훨씬 강도 높은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대만 해군 장병들이 갑판에 게양된 국기를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우선 병력과 장비를 싣고 대만해협을 건너는 단계부터가 난관이다. 대만해협을 건너는 과정에서 대만 공군 전투기, 해군 전투함과 잠수함, 육군 지대함미사일 등의 위협에 노출된다.

 

싱륙군을 무사히 대만 해안에 도착하게 하려면 이같은 위협을 제압해야 한다. 대만 해협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공중전, 상륙전, 지상전, 해전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전쟁 양상이 매우 복잡해진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것처럼 대만인들이 중국에 거세게 저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를 진압할 안정화 작전 과정에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대만이 중국의 침공에 맞서 ‘원점 타격’에 나서면 중국의 피해도 예상보다 커질 위험이 있다. 

 

대만 육군 장병들이 M-60 전차를 타고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사거리 1200㎞인 ‘대만판 토마호크’ 슝펑-2E 개량형 순항미사일 등을 운용중인 대만은 유사시 싼샤댐을 비롯한 중국 내륙 주요 지역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은 단기간 내 무력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훈련 목적을 앞세워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전투기를 대거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무력시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전 상황에 대비하면서 대만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다.

 

실제로 주펑롄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인민해방군의 훈련은 대만 독립을 반대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대만이 독립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인민해방군도 훈련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와 압박을 지속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단기간 내 제압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는 상황을 살핀 뒤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 여부와 방법 등을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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