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5위… UCL 티켓도 ‘빨간불’

런던, 버밍엄과 함께 잉글랜드 3대 대도시로 꼽히는 맨체스터는 세계 축구팬들에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도시’로 더욱 친숙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앨릭스 퍼거슨이라는 세계적인 명장의 지휘 아래 2010년대 초반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지배하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축구팬들은 이 시기에 박지성이 팀의 핵심으로 활약했기에 이런 인식은 더욱 강하다.
그러나 2010년대 초반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다. 같은 도시의 맨체스터시티(맨시티)가 구단주인 아랍에미리트 (UAE) 토후국 왕자 셰이크 만수르의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구단으로 성장한 반면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공백을 완벽히 메우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성적을 이어갔던 탓이다. 그래도 맨유는 두 팀이 맞붙는 ‘맨체스터 더비’에서만큼은 항상 경쟁력을 보여주며 도시 맹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최근 2시즌 동안은 4번의 리그 맞대결에서 3승1무로 앞서며 우승을 노리는 도시 라이벌의 발목을 매번 잡았다.
하지만 2021∼2022시즌에 끝내 무너졌다. 맨유는 7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맨시티에게 1-4로 패했다. 전반에만 맨시티 에이스 케빈 더브라위너(31)에게 두 골을 내주며 1-2로 밀리더니, 후반 리야드 마레즈(31)의 연속골로 끝내 3점차의 대패를 당했다.
경기 결과보다 내용이 더 충격적이다. 맨유는 경기 내내 맨시티에게 완벽하게 압도당했는데, 특히 후반은 맨시티의 압박에 일방적으로 무너지며 점유율이 21%에 그치고 단 한 개의 슈팅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동안 맨시티는 후반에만 14개의 슈팅을 날리며 맨유를 농락했다. 오랫동안 ‘맨체스터의 주인은 여전히 우리’라고 믿었던 맨유 팬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맨유는 이 패배로 승점 47로 5위에 머무르며 4위까지 주어지는 차기 시즌 UCL 진출권 획득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3경기나 덜 치른 4위 아스널(승점 48)에도 오히려 승점이 1 밀린다. 무엇보다 기대했던 라이벌전에서 워낙 굴욕적 패배를 당해 팀 분위기가 침체될 위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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