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기 러시아 개최 금지하고
홈경기는 중립지역에서 무관중
국가명 대신 RFU 소속 뛰어야”
빙속세계선수권 출전 한국 대표
항공편 결항으로 결국 출국 못해

유고슬라비아는 20세기 중반 이후 월드컵 8강 이상 3회, 유럽선수권 4강 이상 3회의 성적을 기록하는 등 세계 축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강자로 활약해온 팀이다. 당시의 유산이 현재도 이어져 유고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이 여전히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유고는 세계적 스타들로 전력이 최고조로 올라온 1990년대 초반 정작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은 내전의 여파로 축구대표팀이 유로 1992와 1994 월드컵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전쟁이 스포츠의 영광까지 빼앗아간 사례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제2의 유고슬라비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28일 “러시아에서 국제 경기를 개최할 수 없고, 러시아의 홈 경기는 중립 지역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른다.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국가명 대신 러시아축구협회(RFU) 소속으로 뛰어야 한다”고 발표한 것.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6개 대륙 축구연맹 회장들이 만장일치로 이번 제재안을 결정했다. 아울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럽축구연맹(UEFA) 등 다른 체육 관련 단체들과 협조해 대회 출전 금지 등 추가 징계 여부를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경기를 거부한) 폴란드, 체코, 스웨덴 축구협회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좋은 해결책을 찾도록 계속 소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 지역 예선에서 3월 폴란드와 경기해 이길 경우 스웨덴-체코 승자와 맞붙게 돼 있는데 폴란드, 스웨덴, 체코는 이미 러시아와 경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잉글랜드축구협회도 이날 러시아와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축구계에 ‘러시아 보이콧’이 확산하는 중이다.
축구뿐 아니라 이미 체조, 유도, 배구 등도 ‘러시아 배제’를 선언한 바 있어 스포츠 강국으로 수많은 종목에서 입지를 다진 러시아가 세계 스포츠계의 ‘왕따’가 될 상황에 처했다.
한편 다음 달 3일부터 6일까지 노르웨이 하마르에서 열리는 2021~2022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던 한국 국가대표 빙상대표팀이 항공편 결항으로 하늘길이 막히며 결국 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항공편 결항 등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정세에 따라 국제대회 진행에도 큰 차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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