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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망치까지 꺼내 들어 러에 결사항전… 러 내부선 ‘반전시위’ 불붙어

입력 : 2022-02-28 06:00:00 수정 : 2022-02-28 12: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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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軍, 4일째 키예프 진격 시도
러시아 20만 병력의 절반 투입에도
항전에 밀려… 장기전 전망까지 나와
젤렌스키, SNS 메시지로 전의 다져
영토방어군에 13만여명 자원 입대

러 민간시설·주택가도 무차별 공격
우크라인 37만여명 난민 신세 전락

전 세계서 ‘러 침공 규탄’ 이어져
의료진·교사·건축가 등 잇따라 성명
최소 3000여명 체포 불구 참가자 늘어
유튜브 등 빅테크기업도 러 제재 동참
“멈춰달라”… 탱크 앞에 선 남자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바흐마하에서 한 남성(동그라미 안)이 러시아군 탱크를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져 전 세계에 알려진 이 영상 속 남성은 탱크 위에 올라가 러시아군 전진을 막으려 애쓰고서도 탱크가 멈추지 않자 다시 탱크 앞에 무릎을 꿇고 “멈춰 달라”고 애원했다. CNN 방송 캡처

군사력 세계 2위와 22위로 현격하게 차이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군사력과 침공 속도를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함락은 시간문제로 보였으나 러시아군은 키예프 외곽 30㎞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항전 의지를 드러내며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어서다. 총이 없는 민간인들은 칼이나 망치, 화염병이라도 들고서 러시아군에 맞설 태세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있던 러시아 약 20만 병력 절반 이상이 우크라이나에 투입돼 키예프로부터 약 30㎞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한 상태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시장은 “키예프엔 러시아군이 없다”며 “수도를 사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북동부 140만 인구의 제2 도시인 하리코프에 진입한 러시아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통제권을 회복했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남동부 베르단스크 등지에서도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의 키예프 진입이 늦어지는 건 이처럼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 메시지를 꾸준히 올리며 건재를 과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적의 공격을 견뎌내고 성공적으로 격퇴했다”며 “조국 해방을 위해 필요한 만큼 오래 싸울 것”이라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감함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러시아군이 예상보다 더 큰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지키겠다”… 총 든 신혼부부 러시아군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가 함락 위기를 맞은 25일(현지시간) 조국을 지키기 위해 6월로 예정된 결혼식을 앞당겨 올리고 바로 영토방어군에 입대한 키예프 시의회 의원 야리나 아리에바(21)와 신랑 스비아토스라브퍼신(24)이 총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키예프=AP연합뉴스

민간인들도 항전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인 영토방어군(TDF)에는 이미 13만여명이 자원 입대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키예프로 가는 길목인 외곽 마을들엔 민간인들이 검문소를 만들었다. 이들 일부는 산탄총이나 러시아제 권총으로 무장한 상태라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검문소를 지키는 사람들 중 총이 없는 이들은 칼이나 망치를 사용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키예프 시민들은 화염병을 제조하며 시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는 러시아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매우 효과적으로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지위에 대한 협상이 일단은 물 건너가면서 이번 전쟁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방 관료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키예프 진격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지만 러시아가 1945년 이후 유럽 최대의 군사 공세를 펴고 있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도 이번 사태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 든 의족 민병대원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무장한 민병대원들이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거리를 순찰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족을 한 채 지팡이를 짚고 민병대에 참여한 시민의 모습이 눈에 띈다. 키예프=AP연합뉴스

군 시설만 공격한다는 러시아 공언에도 민간인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민간 시설과 주택가도 무차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26일 기준 우크라이나에 미사일을 250발 넘게 발사했고 대부분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도심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외 탈출을 돕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영상 캡처

군인 및 민간인 사상자 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피신한 데다가 전장이 확대된 탓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공격으로 자국민 198명이 사망하고 1115명이 다쳤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민간인 사망자와 부상자 수를 각각 최소 64명, 176명으로 추산했다. 또 폴란드, 몰도바 등 이웃 국가로 건너가 난민 신세로 전락한 우크라이나인은 최소 37만명에 달한다.

 

러시아는 자국 군 사상자 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 약 43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연행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의 대규모 검거에도 3일 연속 시위를 강행했으며 인권감시단체 OVD 인포는 이날 러시아 26개 도시에서 최소 325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러 50여개 도시서 사흘째 ‘반전 시위’

 

전 세계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러시아 내에서도 ‘전쟁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무자비한 체포로 시민들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각국 정부뿐 아니라 민간단체 등에서도 ‘러시아 보이콧’은 규모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는 2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지난 3일 동안 최소 3052명이 체포됐다”면서 “이날에만 34개 도시에서 467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인 24일부터 러시아 안의 50여개 도시에서 반전시위가 일어났으며, 참가자의 규모도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러시아 경찰 당국은 시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광장 등에 시위대 집결을 제한하는 한편 참가자들을 무차별 구금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헬멧과 전투 장비를 착용한 전투경찰들이 시민을 구타하고 땅에 엎드리도록 밀치고 있다”고 시위대 진압 상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공개 성명도 늘고 있다. AP통신은 6000명이 넘는 러시아 의료진이 실명을 밝히고 러시아의 전쟁행위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건축가와 엔지니어 3400여명, 교사 500여명 등도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밝혔다. 통신은 언론인·시의회·문화계 등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지를 위한 서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유튜브는 러시아 국영방송 RT 등 다수의 러시아 채널의 수익 창출 기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이용자 추천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이라고 유튜브는 덧붙였다. 전날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러시아의 타스통신, RIA 노보스티 등 선전 러시아 채널을 차단하기 위해 유튜브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도 전날 러시아 국영 매체의 광고 등 영리행위를 금지했으며, 트위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관련 광고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영·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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