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빙그레·해태 등 4년간 횡포
소매점·대리점 지원율 상한 제한
편의점 마진율 낮춰 납품가 인상
튜브·콘류 등 제품 가격 인상 합의
빙그레·롯데푸드는 檢 고발조치

롯데와 빙그레, 해태 등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85%를 차지하는 업체들이 4년간 가격을 담합하고 거래처를 나눠먹는 등 짬짜미해 온 것으로 드러나 13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물게 됐다. 먹거리 담합으로 인한 과징금 중 최대액이다. 이들 업체는 2007년에도 담합을 벌이다 적발됐음에도 10여년이 지난 뒤에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담합으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롯데지주와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50억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조사과정의 협조 여부, 법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조치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 3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의 담합행위를 일삼았다. 이들 회사의 담합은 1개의 제조사 또는 대리점으로부터만 제품을 공급받는 소매점들(시판 채널)과 할인행사 등을 통해 낮은 납품가격을 제안한 제조사의 제품을 대량 매입하는 대형 유통업체(유통채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 회사는 우선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높은 지원율을 제시해 자신의 거래처로 바꾸는 영업 경쟁을 하지 말기로 합의했다. 합의를 어기고 경쟁사의 소매점을 빼앗아 갈 경우 대신 자신이 가진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주기도 했는데, 그 결과 4개사가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9년 29개로 급감했다.
거래처 담합이 잘 이뤄지자 이들은 본격적으로 가격 담합에 나섰다. 2017년 초 4개사는 아이스크림 납품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에 대해서는 76%, 대리점에 대해서는 80%로 제한했다.
편의점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납품가격을 인상키로 하는가 하면, 편의점의 판촉 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를 3∼5개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납품가격뿐 아니라 판매가격도 담합했다. 소매점의 경우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빠삐코’·‘폴라포’ 등 튜브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고, 이듬해 1월 4개사는 ‘투게더’ 등 홈류(가정용 대용량) 제품 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월드콘’·‘구구콘’ 등 콘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했다.
입찰 담합도 이뤄졌다. 4개사는 현대자동차가 2017∼2020년 진행한 4건의 아이스크림 구매 입찰에서도 낙찰 순번을 합의해, 총 3건에서 입찰마다 3개사가 낙찰받아 총 14억원어치 아이스크림을 납품했다.
공정위는 2007년에도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제과식품 등 4개사가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45억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먹거리 분야로는 이번 담합 과징금이 역대 최대금액”이라며 “먹거리 분야와 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분야에서 물가상승 또는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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