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4월 탄생 뒤 ‘수분 황금비율’ 찾아
바나나·딸기·요거트 등 선보이며 승승장구
국내외서 1년에 20억개 이상 팔려 인기
인도선 ‘식물성 젤라틴’ 사용해 현지화
베트남선 ‘情 마케팅’… 제사상에도 올라
구호물품으로 제공 등 사회공헌도 눈길

베트남 가정의 제사상, 러시아 대통령의 다과상….
한국의 초코파이가 국경을 넘어 도착한 곳들이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현재 60여개 국가에서 1년에 20억개 넘게 판매되는 ‘파이로드‘(Pie Road)를 구축했다.
◆1970년대 탄생… 수분 황금비율 찾아
초코파이는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1970년대 초 식품공업협회(현 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미국 등 선진국을 순회하던 오리온 연구소 직원들이 한 카페테리아에서 우유와 함께 나온 초콜릿 코팅 과자를 맛본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는 경제성장과 함께 식생활 문화가 바뀌며 소비자들이 좀 더 고급스럽고 차별화된 과자를 원하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은 오리온은 2년여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통해 수많은 시제품을 만들었고, 1974년 4월 초코파이가 탄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출시 당시의 초코파이가 지금과 똑같은 맛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변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초코파이는 일반 비스킷과 다른 특수한 배합 및 제조 과정을 거친다. 마시멜로 속 수분이 초코파이의 오묘한 식감을 연출하는 핵심인데, 수분이 많아질수록 미생물에 의한 오염과 풍미의 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수분의 황금비율’이 중요하다는 것이 오리온의 설명이다. 최적 수분 함량 13%를 적용한 결과 방부제나 알코올을 전혀 쓰지 않고도 혹한의 러시아부터 열사의 땅 중동지역까지 6개월 넘게 변함없는 품질과 맛을 유지하는 초코파이를 만들 수 있게 됐다.
2016년 3월 오리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첫 자매 제품인 ‘초코파이정(情) 바나나’를 출시했다. 이 제품이 남녀노소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봄에는 초코파이 출시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계절 한정판인 ‘초코파이情 딸기’를 선보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에 수많은 인증샷이 올라오며 출시 한 달 만에 낱개 기준 누적판매량 1100만개를 달성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이를 시작으로 매년 봄마다 ‘초코파이 딸기&요거트’, ‘초코파이 피스타치오&베리’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2019년 11월에는 초코파이 출시 45주년을 맞아 자매 제품 ‘찰 초코파이情’을 출시해 두 달 만에 누적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마음 위로하는 情 캠페인으로 도약
오리온은 1989년 초코파이 제품명에 ‘情’을 붙이며 본격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아 가족, 이웃 간의 정을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을 잇달아 내보내며 공감을 받았다.
정을 매개로 한 사회공헌활동도 이어졌다.
오리온은 1994년부터 1998년까지 ‘오리온 초코파이’ 책걸상 교체 캠페인을 벌이며 2만여 조의 책걸상을 교체했다. 전국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나가며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냈다.
2017년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국군장병에게 초코파이 등을 담은 총 1억원 상당의 선물세트 1만박스를 전달했다. 직경 70㎝, 높이 20㎝, 무게 21㎏이 넘는 일반 초코파이 약 580개 무게와 맞먹는 특수 제작된 초대형 초코파이가 건국 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 사용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따뜻한 ‘정 문화’를 전파하며 2008년 중국에서 일어난 쓰촨성 대지진과 2013년 필리핀의 태풍 ‘하이옌’ 수해, 2017년 페루의 홍수 피해지역에 초코파이 등을 구호품으로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초코파이 등을 중국, 베트남 등에 긴급구호물품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한국인의 감성코드이자 초코파이의 핵심 브랜드 가치인 정을 각 나라 사람들의 고유한 정서에 접목시키는 현지화 전략이 굳게 잠겨있던 세계시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러시아 등 60여개국 수출
오리온 초코파이는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한 해 20억개 이상이 팔리고 있다. 맛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원료의 기본 배합 비율은 동일하지만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는 돈피가 아닌 우피에서 추출한 젤라틴을 사용하고,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 판매하는 제품은 식물성 젤라틴을 사용하는 등 각국의 문화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에서 초코파이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달콤한 초콜릿이나 케이크, 비스킷 등을 곁들이는 티타임 문화를 공략했다. 2011년에는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며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사진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대통령도 즐기는 간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12종의 초코파이가 생산·판매되고 있다.

초코파이를 가장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한국인에게 정이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중국인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인(仁)이라는 점에 착안해 2008년 말부터 초코파이의 중국 명칭인 ‘하오리여우파이’(好麗友·派, 좋은 친구 파이) 포장지에 ‘仁’자를 삽입했다. 초코파이에 인성을 불어넣자 중국 고객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내 제과 브랜드 중 유일하게 6년 연속으로 중국 브랜드파워 지수 파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2009년부터 현지어로 정을 의미하는 띤(Tinh)이라는 단어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친근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를 정도가 됐다. 젊은층을 겨냥해 2017년 하반기에 선보인 신제품 ‘초코파이 다크’는 현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초코파이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초코파이 오리지널’에 이어 같은 해 12월 신제품 ‘초코파이 딸기잼’을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인도에서 고품질 원료와 이국적인 풍미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 기존 초코파이에 새로운 맛을 더해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한정판 초코파이를 지속 선보이는 한편,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제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해외에서 현지 문화와 입맛에 따른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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