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사피엔스/존 핸즈/ 김상조 옮김/ 소미미디어/ 3만원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은 1929년부터 2년여 미국 로스앤젤레스 북동부에 위치한 해발 1742미터의 윌슨산 정상에 있는 천문대에서 사진가 밀턴 휴메이슨과 은하를 관측하고 있었다. 그는 이때 우리 은하와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일수록 적색편이가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은하들이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고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고 주장했다. 즉,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거였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팽창하는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주목했고, 특히 벨기에 과학자 조르주 르메트르는 한 개의 초고밀도 원자가 폭발하면서 팽창하는 우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정상 우주론을 주장해온 프레드 호일은 르메트르의 주장을 조롱하는 의미로 ‘빅뱅’이론이라고 이름 붙였다.
빅뱅이론 지지자들과 정상 우주론 지지자들로 갈라져 논쟁하던 1965년,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이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측하다가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하게 되면서 빅뱅이론은 결정적으로 승리했다.
그리하여 138억년 전 무한한 밀도와 매우 높은 온도를 가진 점만한 불덩어리가 폭발하는 이른바 ‘빅뱅’으로 우주와 만유가 탄생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과학의 정통이론이 됐다.
하지만 10년 이상 우주의 기원부터 인류의 진화에 이르는 과학 이론을 검토해온 저자는 책에서 빅뱅이론은 수학이론에서 시작됐고 주로 수학을 도구로 사용하는 이론가들이 주도하면서 과학적 검증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우주 팽창을 거꾸로 되짚어 올라가면 최초의 한 점에서 창조되었는지 아니면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영원한 우주의 한 국면에 해당하는지는 검증되지 않았거나 검증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38억년 전 지구에서 원시 수프나 RNA 분자, 자기 복제하는 펜타이드 등 화학적 생명체 형식으로 처음 탄생했다는 생명 탄생 이론이나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 역시 제대로 설명되지 않거나 통계학적으로 가능성이 너무 낮다고 비판한다.
저자의 주장은 현대과학의 성취 전반에 대해 전면적인 문제 제기이지만, 담대한 문제 제기에 걸맞은 과학적 근거 제시가 역시 미흡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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