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낮을수록 미세먼지 농도 옅은 편인 것은 사실
영하권 날씨에도 고농도 미세먼지 기록하기도
韓中日 3국, “초미세먼지 국내 자체 발생 비율 50%”

강추위가 이어지자 겨울철 불청객인 미세먼지가 사라졌다. 7일 서울 아침기온이 –7도까지 내려간 가운데,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오전 내내 ‘좋음’과 ‘보통’ 수준을 오갔다. 반면 이번 겨울 들어 서울의 일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2월 15일(7.2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54㎍/㎥로, 온종일 ‘나쁨’ 단계에 머물렀다. 매년 겨울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사흘 추우면 나흘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이른바 ‘삼한사미’라는 말까지 생겼다.
나름대로 근거도 있다.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한반도에 밀려들 때는 상대적으로 공기가 맑지만, 중국 북서부에서 편서풍이 강하게 불면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날씨가 추울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다는 속설은 사실일까. 기상청 ‘날씨누리’와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자료를 취합하면 대체로 기온이 낮을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옅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6일까지 서울의 일평균 기온이 –5도 이하로 내려간 날은 총 14일인데, 모두 미세먼지 농도는 양호한 상태였다. 특히 가장 온도가 낮았던 지난해 12월 25일(-11.7도)과 26일(-12.1도)의 경우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2㎍/㎥, 8㎍/㎥에 불과했다.
그러나 반드시 기온과 미세먼지 농도가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평균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렀음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8일은 -4.1도였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36㎍/㎥로 ‘나쁨’ 단계에 머물렀다. 지난달 7일 역시 -1.6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초미세먼지 농도는 39㎍/㎥로 ‘나쁨’을 기록했다. 지난달 9일 일평균 기온 역시 1.3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음에도 올겨울 들어 최악의 초미세먼지 농도(92㎍/㎥)를 기록했다.
통설과 달리 기온이 내려갈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11월 나오기도 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환경연구본부 최한나 박사 연구팀은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울 남부지역의 강수량 표본 자료와 연구원의 미세먼지 포집 및 분석 기술 등을 살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 빗물에 포함되는 질산염 등의 성분, 그리고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온도와 반비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겨울철 기온이 내려갈수록 석탄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많아져 미세먼지를 증가시킨다고 봤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하는 데에는 국내적 요인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한·중·일 3국 정부가 공동으로 내놓은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에 대한 기여율은 한국 자체적 발생이 51%, 중국 32%, 일본 2%, 기타 15%인 것으로 측정됐다.
다행인 점은 미세먼지 농도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라는 점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사업본부는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된 대기패턴 그리고 미래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01년부터 꾸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2012년 이후에 감소 추세가 주춤했다”며 “PM10 고농도 사례 일 수도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대체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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