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선제 결승골·권창훈 쐐기골
아시아 최종예선 시리아戰 2-0 완승
2경기 남겨놓고 카타르행 티켓
손흥민·황희찬 SNS 축하 메시지

오랫동안 아시아축구의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은 1980년대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키워가더니 어느 순간 ‘아시아축구의 맹주’로 불리기 시작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첫 출전 이후 1986년 무려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 뒤 이후 줄곧 월드컵 본선 티켓을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월드컵이라는 특별한 기회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6년 조별예선에서 독일을 격파하는 ‘카잔의 기적’ 등 기념비적인 업적도 만들어냈다. 이런 세월이 어언 40년에 이르렀다. 강산이 네 번 변하고, 세대가 한 번은 변한다는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왔으니 자연스럽게 ‘한국축구는 아시아의 맹주’라는 공식이 세계축구팬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런 한국축구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내며 맹주 자리를 지켜내는 데에 성공했다. 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김진수(30), 권창훈(28)의 골로 2-0 승리를 거둔 덕분이다.

경기를 앞두고 이미 축구팬들은 또 한번의 월드컵 진출을 자축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무패행진을 구가하더니 지난달 27일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7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끝내 조 3위 UAE에 승점 8점차 우위를 확보한 덕분이다. 이날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남은 9, 10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카타르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들에서 최고조의 경기력을 보여온 대표팀 선수들은 비기면서 본선행을 확정할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첫 승을 노리는 시리아의 거센 도전에 전반 내내 공격작업이 여의치 않자 오히려 후반 들어 집중력을 더 끌어올렸다. 여기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정우영(23)을 빼고 권창훈을 투입하며 공격 라인에 준 변화가 주효했다. 결국, 후반 8분 만에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태환(33)의 크로스를 받아 왼쪽 측면 수비수 김진수의 선제골이 터졌다. 후반 26분에는 교체멤버 권창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이재성(30)과 패스를 주고받은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시리아 골문에 슈팅을 꽂았다. 권창훈은 지난달 터키 전지훈련 과정에서 치른 아이슬란드, 몰도바전 연속 득점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최근 4경기 3득점을 터뜨리며 벤투호의 새로운 병기로 떠올랐다.
한국은 후반 44분 시리아 에이스 오마르 카르빈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끝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나설 15번째 국가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축구팬들은 ‘태극전사’들이 보낸 설 선물로 기분 좋은 명절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앞선 레바논과의 7차전과 이날 경기는 에이스 손흥민(30)과 황희찬(26)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만든 승리여서 더 값졌다. 이들의 공백을 메운 권창훈과 조규성(23), 이동준(25) 등이 향후 본선 과정에 손흥민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
손흥민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축구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하는 대한축구협회 SNS 게시물을 공유하며 “Let’s go to Qatar!”(가자 카타르로!)라고 적었다. 황희찬도 같은 게시물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는 “Here we go”(이제 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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