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짐·넘어짐·맞음 등 순 많아
“공기 쫓겨 개인 안전 등 못 챙겨”
노동계, 감독 강화 등 필요성 지적
고용부, 포스코 원·하청 책임자 입건

붕괴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원청업체인 건설 현장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산업재해 사례 300건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기본 안전수칙을 위반한 ‘인재’로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건설사들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안전보건 관리비용이 축소되고,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안전수칙 위반까지 무릅쓴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의 공사 현장에서는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 반 동안 300건의 산재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사망 사고는 13건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101건)이 가장 많았고, 2018년(85건), 2020년(55건)이 뒤를 이었다. 당국이 2018년 산재 신청 시 사업주 날인제도를 폐지하고, 산재 신청 기준을 다소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산재의 ‘질’을 따져보면 안전수칙 준수로 막을 수 있었던 후진국형 사고가 많았다. 약 81%에 해당하는 243건이 기본 안전수칙 미비로 벌어졌다.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74건) △넘어짐(54건) △맞음(33건) △끼임(26건) △부딪힘(17건) 등이었다. 주로 안전모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작업용 장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생기는 사고들이다. 사업장 외 교통사고나 업무상 질병 등 안전수칙 위반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재해는 57건에 그쳤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사기간에 쫓겨 일을 하다 보니 개인 안전을 챙길 여력이 없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원청이 산재 발생 및 부실 공사 방지를 위해서라도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역시 공사 현장에서 공기 단축 등을 위해 여러 규정을 위반하고 부실 공사를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국 원청의 압박으로 허겁지겁 공사를 끝내야 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현주소가 바뀌지 않으면 재난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고용부 포항지청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원·하청 책임자 2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포항지청에 따르면 지난 20일 포항제철소 공장에서 배관 보온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소속 A(39)씨가 석탄을 운반하는 장입차량과 공정설비 사이에 끼어 숨졌다. 다만 이 사고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50인 미만 사업장 등에는 2024년까지 유예되는 것을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예방과 보호의 필요성은 5인 미만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매우 절실하다”며 “법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미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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