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의 총애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반독점 규제도 문제 없다?’
MS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발표한 게임 회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 계획은 반독점 규제 당국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회사들은 독점금지법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회사가 쪼개질 정도로 중대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이미 제도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MS는 노련하게 규제를 피해가리란 전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MS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보다 크다. 하지만 의원들은 MS를 반독점 전쟁의 동지로 대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미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구글이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비트를 2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당일 공개적으로 비판 성명을 낸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소위 의원들이 이번 MS의 발표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데이비드 시실린 위원장을 포함해 미 상원 법사위의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과 톰 코튼 의원 모두 MS 인수 발표에 대한 견해를 묻는 WP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MS는 1998년 컴퓨터 운영시스템(OS)에 익스플로러 등 소프트웨어 끼워팔기를 해 소송을 당했다. 2000년 법원은 MS의 행위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회사를 2개로 분할하라고 명령했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듬해 MS는 법무부와 타협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MS는 의회 로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워싱턴과의 ‘금란지교’를 쌓기에 나선다. 그 중심엔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이 있다. 1990년대 말 이 회사에 합류한 그는 IT 기업의 독점적 지배력을 우려하는 ‘개념 경영인‘으로 이미지를 쌓으며 반독점 입법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2019년 쓴 ‘기술의 시대’(원제 ‘Tools and Weapons’)에서는 “IT 기업의 영향력은 특정인이나 특정 회사, 산업 혹은 기술 그 자체를 넘어선다. 민주주의적 자유와 인권같은 기본 가치를 포함한다”면서 적절한 규제를 강조했다.

또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로 회사가 소송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 ‘소셜미디어 면책 특권’으로 통하는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해서도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구글과 페이스북이 언론사에 뉴스 사용료를 내도록 한 호주 정부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지난해 시실린 위원장은 “거대 기술 기업에 대한 조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스미스 부회장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MS가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다른 ‘후배 IT 기업’에 비해 고루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반독점 규제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해리 퍼스트 뉴욕대 교수는 “MS는 ‘정장과 넥타이를 맨 유행에 뒤처진 비즈니스맨’ 이미지가 있다. 그 덕에 사람들은 ‘MS가 (소셜미디어를 앞세운 다른 IT 기업처럼) 문제를 일으킬 걱정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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