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으로 주민들 위한 잔치 열 것…관련 법은 개정되길”

초등학생 2명이 무인 문구점에서 3개월에 걸쳐 600만원에 달하는 물건을 훔친 사건과 관련 가해 학생 부모와 피해 업주가 최근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업주는 최근까지만 해도 민사 소송을 예고했으나 이들 부모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한 이 업주는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금은 지역민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알렸다.
경기 남양주 호평동에서 무인 문구점을 운영하는 피해 점주 A씨는 최근 가해 학생 부모들과 만남을 갖고 이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며칠 전 부모들에게 먼저 연락이 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그분들이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며 “이번에는 진심 있는 사과를 받은 것 같아 같은 아빠의 입장에서 부모와 가해 학생들을 용서했다”고 덧붙였다.
절도 사건이 공론화된 이튿날인 지난 5일 이들 부모가 갑작스레 합의금을 보내 합의가 불발된 데 대해서도 오해가 풀렸다고도 했다.
당시 A씨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처음 한번 본 뒤 약 한달 동안 찾아온 적도 없고 사과 한마디 없다가 어제(5일) 뜬금없이 아이들 부모가 각각 200만원씩 보내왔다”며 “합의금은 필요 없어 바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A씨는 이날 “이들 부모는 한 누리꾼의 말을 듣고 본인 의도와 다르게 갑작스레 돈을 보낸 것 같더라”며 “이런 탓에 여론의 공분을 더욱 사게 된 것 같은데, 정작 문제의 누리꾼은 현재 잠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들도 결국 피해자”라고 옹호했다.
학생들의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게 A씨 전언이다.
그는 “얼마 전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징벌위원회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학교가 처음부터 교육기관으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움직여 줬다면 모두에게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A씨는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 다른 누리꾼 등에게도 학생들을 용서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처음에는 모두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나중에는 결국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며 “이들 학생과 앞으로 계속 얼굴도 보고 싶고, 인사도 하고 싶고, 소통도 하면서 좋은 아저씨, 좋은 아빠가 돼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앞날이 창창한 어린 친구들이고, 이번 사건이 확실한 교육이 됐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이들 아이의 트라우마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응원을 받은 A씨는 가해 학생 부모들에게 받은 합의금으로 주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패딩 점퍼 100벌과 홍삼 100세트를 합의금으로 사 마을 잔치처럼 나누려 한다”며 “이번 일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 모두에게 잔치로만 기억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지금의 법과 시스템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조속히 해당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 가족도 결국 2차 피해자로 만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관련 법 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번 사건은 A씨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미성년자 처벌법(촉법소년법)은 잘못되었습니다. 개정하여 주세요. 나라가 미성년자 범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공론화됐다.
당시 A씨는 수백만원어치 물건을 훔친 초등학생을 찾아냈지만 해당 부모가 합의에 나서지 않고, 경찰은 형사 미성년자인 탓에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호소한 바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