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효력정지’로 혼선·형평 논란
“국민 불편 등 감안… 법원엔 항고키로”
면적별 인원제한 등 추가조치도 거론
시행 1주일 만에 철회… 정책불신 가중

정부가 상점·마트·백화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 적용을 전국적으로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결정에 따른 조치이긴 하나 대형마트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한 지 일주일 만에 철회하면서 정부가 방역 정책 신뢰가 흔들리게 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16일 방역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방역패스 조정안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상점·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에 따른 국민 불편이 크다는 점과 방역상황이 다소 안정화한 점, 마스크를 써 비말 전파 위험성이 낮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패스 해제에 따른 면적별 인원 제한 등 방역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회의 참석자는 “집행정지 인용은 즉각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해당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해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법원 결정에 대한 항고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1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종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 14일 법원이 서울지역에만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규모가 큰 서울의 대형마트는 방역패스 없이도 출입이 가능해진 반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발생이 적은 다른 지역에선 오히려 방역패스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까지 계도기간이 끝나고 17일부터 대형마트·백화점 등에는 방역패스 위반 시 과태료 및 행정처분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더 큰 혼란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재판부별로 방역패스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택할 수 있는 가장 적정한 방법인지, 행정소송의 대상인지 판단이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백신 미접종자들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봤다. 반면 같은 법원 행정13부(재판장 장낙원)는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대규모 점포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종이 증명서를 제시해 출입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했고, 소형 점포나 전통시장에는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아 생필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4부는 복지부의 방역패스 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서울시 공고에 대해서만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고, 13부는 복지부 방역조치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인터넷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1차만 맞아서 미접종 상태다. 경기도에 사는데 서울에 있는 백화점에서 필요한 걸 사러 갔다 왔다”는 등의 ‘서울 원정 쇼핑’ 관련 글이 잇따랐다. “지방보다 서울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방역패스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백신패스 생기자마자 우왕좌왕이다. 부스터샷 안 맞으면 일상생활 안 될 것처럼 하더니 말이 바뀌었다” 등 비판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소송을 남발하게 될 텐데 이는 아주 큰 (사회적) 낭비”라며 “방역패스는 물론, 영업시간 제한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근거로 제시할 데이터를 만들어놔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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