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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침공 위장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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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6 23:50:41 수정 : 2022-01-16 23:50:39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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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8월 31일 밤 폴란드 국경 인근 독일 도시 글라이비츠의 한 방송국이 기습을 당했다. 폴란드 육군으로 변장한 독일 요원들이 4분 만에 방송국 직원을 제압한 뒤 대독일 전쟁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인근에 폴란드 군복을 입힌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을 사살한 뒤 시신을 버리고 떠났다. 나치의 국가보안부 수장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지휘했던 암호명 ‘할머니가 죽었다’라는 위장작전이었다. 독일은 이를 핑계로 폴란드 침공에 나서며 2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3개월 후 소련과 핀란드 사이에 벌어진 ‘겨울전쟁’도 자작극이 도화선이었다. 소련은 그해 11월 26일 국경지대 초소가 핀란드군의 포격을 받아 13명의 병사가 숨지거나 다쳤다고 발표했다. 나흘 후 소련은 25개 사단, 54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핀란드 침공을 결행했다. 일본 역시 악명이 높다. 1931년 만주사변은 랴오닝성 선양 류탸오거우(柳條溝)에서 일본군이 철도를 폭파한 뒤 중국군 소행으로 둔갑시켜 일으켰다. 상하이사변과 중일전쟁도 일본군의 위장작전에서 촉발됐다는 게 정설이다.

 

미국도 빠질 수 없다. 미 군당국은 1964년 8월 북베트남 어뢰정 3척이 통킹만에서 미 구축함 매덕스호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전쟁에 개입하기 위해 만든 거짓이었다. 노스우즈 작전도 대표적인 자작극으로 꼽힌다. 미 군부는 1962년 쿠바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 민간인과 군사시설 테러를 실행하고 그 책임을 쿠바에 뒤집어씌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작전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거부로 무산됐지만 훗날 9·11테러가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키우는 후유증을 낳았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미 행정부는 지난 주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위장작전을 수행할 공작원을 배치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폭발물을 사용해 러시아군에 대한 대리 공격을 수행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가 1월 중순에서 2월 중순 사이 우크라를 침공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우려가 가실 줄 모른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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