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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당장 안 하면 90년생부터 한 푼도 못 받아”

입력 : 2022-01-14 06:00:00 수정 : 2022-01-14 08: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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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등 잇따라 경고

국민연금 2039년 적자 전환
적립금은 2055년 완전 소진

가입기간 G5 비해 10년 짧아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구조 원인

보험료율 현 9% → 12∼15% 인상안
文대통령 “국민 눈높이 맞지 않아”
4개 개혁안 마련해 국회에 공 넘겨
대선주자들도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
“초고령사회… 사적연금 활성화 시급”

우리나라 공적연금의 재정안정성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는 가운데 연금개혁이 당장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세대에 막대한 부담이 전가된다는 경고음이 또 발동됐다. 개혁없이 현 연금체계를 방치하면 2055년 연금 수령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 수령이 힘들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따가운 여론 눈치만 살피며 연금개혁에 소극적이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 연금체게하에서 국민연금 재정수지(수입-지출)는 2039년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 소진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경연은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 수령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으며, 만일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하려면 보험료율 급등으로 미래세대가 과도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는 국민연금 등 한국의 공적연금 제도가 선진국에 비해 ‘덜 내고 더 빨리 받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연금수급개시연령은 현행 62세에서 2033년 65세로 상향 조정할 예정이나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5~67세에서 67∼75세로 늦출 예정인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이른바 ‘G5’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한국의 보험료율은 9.0%로 G5 국가 평균(20.2%)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고,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기본연금액에 필요한 가입 기간은 20년으로 G5 국가 평균(31.6년)보다 10년 이상 짧다. 기금 고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공·사적연금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한경연이 노후생활 주요 소득원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한국은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 비중(25.9%)이 G5 국가 평균(56.1%)에 비해 현저히 낮고, 사적연금, 자본소득과 같은 사적이전소득 등(22.1%)의 공적연금 보완기능도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퇴 전 평균소득 대비 연금지급액 수준을 의미하는 공·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을 봐도 한국은 2020년 기준 35.4%로, G5 국가 평균(54.9%)보다 훨씬 적었다.

 

한국의 사적연금 제도가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다. 15~64세 인구 중 사적연금 가입자의 비율은 한국이 17.0%로, G5 국가 평균 55.4%를 하회했다. 한경연은 낮은 세제지원율로 사적연금에 대한 유인이 부족한 점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문재인정부는 연금개혁에 관한 한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정부는 2018년 재정 추계를 통해 예산정책처보다 3년 늦은 205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위기 타개책으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15%로 올리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보험료율 인상 폭이 커)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정부는 △현행 유지(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현행 유지하되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소득대체율 45% 상향, 보험료율 12% 인상 △소득대체율 50% 상향, 보험료율 13% 인상 4가지 안을 마련해 국회에 넘겼다. 하지만 이번엔 여야 정치권이 국민 반발을 의식해 개혁안 논의를 주저했다. 다시 문재인정부는 2019년부터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연금개혁 논의를 맡겼으나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 탓에 연금 개혁안 논의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이런 행태는 역대 정부나 선진국이 국민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연금개혁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김영삼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에서 6%로 높였고, 김대중정부는 다시 9%로 인상했다. 노무현정부는 연금 수령액을 생애평균소득 대비 60%에서 40%로 줄였고, 박근혜정부는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18%로 올렸다.

 

G5 국가 역시 지속적인 연금개혁을 통해 노후소득기반 확충을 도모했다. 공적연금 재정 안정화 측면에서 G5 국가는 공통적으로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상향했고, 독일과 일본은 수급자 대비 가입자 비율, 인구구조 등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도입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급여연동기준을 변경해 연금 급여액 상승폭을 낮췄다.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뉴스1

국민연금 개혁은 이제 차기 정부 손으로 넘어갔지만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연금개혁 이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가입자의 부담을 높여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연금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일하는 노인에 대한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집권 후 초당적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국민 대합의를 끌어내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와 관련해 “연금개혁은 어느 정당이든 선거공약으로 들고나오면 선거에서 지게 돼 있다”며 “그래서 구체적인 방안을 안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민연금 제도부양비 급증, 기금 고갈 전망으로 미래세대의 노인부양 부담이 막대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연금개혁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노후소득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 개혁과 세제지원 확대 등 사적연금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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