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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두 차례 외치고도… 민가 피하려 조종간 잡은 순직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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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3 15:00:00 수정 : 2022-01-13 15: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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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5E 전투기 사고 순직 심정민 소령
전방 민가 피하고자 비상탈출 포기
전투기, 100여m 떨어진 야산에 추락
결혼 1년 차 알려져… 안타까움 더해
13일 공군에 따르면 조종사 고(故) 심정민(29) 소령은 지난 11일 기체 추락 당시 민가의 피해를 막고자 죽음의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사투를 벌였던 정황이 사고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진은 순직한 고 심정민 소령. 공군 제공

지난 11일 F-5E 전투기 사고로 순직한 심정민(28) 소령이 추락 당시 민가를 피하기 위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급박한 상황에서도 탈출을 포기하고 끝까지 군인의 사명을 다 한 것이다.

 

공군비행사고대책본부는 13일 “항공기 진행방향에 다수의 민가가 있어, (심 소령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조종간을 끝까지 잡은 채 회피기동 중 민가 인근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F-5E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1시44분쯤 경기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의 한 야산에 추락했다. 당시 사고 기체는 수원 기지를 이륙해 상승하던 도중 좌우 엔진 화재경고등이 켜진 후 기수가 급강하했다. 심 소령은 관제탑과 교신 과정에서 두 차례 이젝트(Eject! Eject!·탈출하다)를 외치며 비상탈출 의도를 표명했지만, 민가를 피하기 위해 끝내 비상탈출을 포기했다. 전투기는 민가와 100여m 떨어진 야산에 추락했고, 민간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F-5 항공기 비상탈출 좌석은 2013년 F-16 항공기와 동일한 신형 장치로 교체됐다. 심 소령이 비상탈출을 선언하고 추락하기까지 10초가량 시간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심 소령이 충분히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채 순직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공군 F-5E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한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에서 지난 12일 군 관계자들이 추락 동체 등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심 소령은 공군사관학교 64기로 2016년 임관했다. F-5를 주기종으로 5년간 임무를 수행하며 기량을 쌓아온 전투조종사다. 심 소령은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부터 뛰어난 운동 실력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동기, 선·후배 간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조종사로서 자부심도 남달랐다. 그는 평소 “나는 언제까지나 전투비행사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공군은 전했다. 심 소령이 결혼 1년 차라는 사실도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공군은 “심 소령은 지난해 11월 호국훈련 유공으로 표창을 수상할 만큼 하늘을 사랑하고 공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던 모범적인 군인이었다”고 애도했다.

 

심 소령의 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열린다. 소속부대인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된다. 고인의 유족과 동기생, 동료 조종사와 부대 장병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으로 치러진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영결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고인의 유해는 같은 날 오후 4시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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