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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도망쳤습니다"… 뜯겨져 나간 자리엔 철제 구조물만이

입력 : 2022-01-12 06:00:00 수정 : 2022-01-12 0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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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신축공사장 붕괴 사고

車 10여대 매몰 현장 전쟁터 방불
떨어져나간 면적 7만8000㎡ 달해

당국, 인근 주민 200세대 이동시켜
실종자 수색 중단… 12일 안전점검
가족들 “구해야할 것 아니냐” 항의

시공사는 ‘학동 참사’때와 같은
HDC현산… 당초 11월 준공 예정
‘참사 방지법’ 통과한 날 또 무너져
주변 상인 “평소 사고 우려 제기”
처참한 현장 11일 오후 외벽 등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장 사고현장에서 구조대가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우르르 쾅광, 폭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 맨발로 도망쳤습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 구조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6명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대형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사고 아파트 시공사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아파트 붕괴참사의 원청업체와 같은 HDC현대산업개발이다. 이 아파트는 오는 11월말 준공 예정이었다.
 

 

 

 

11일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6분쯤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201동 23∼34층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 이 건물은 지상 39층, 지하 4층 규모의 철근콘크리트로, 이날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한쪽 외벽이 붕괴됐다. 떨어져 나간 외벽 면적은 12개층 7만8000㎡에 달한다.

이날 사고로 공사 현장 컨테이너에 갇혀있던 3명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작업자 1명은 1층 공사를 하다가 잔해물이 덮치며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해 건물 상층부에 있던 작업자들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떨어진 구조물이 인근에 주차된 차들을 덮쳐 차량 10여대가 매몰됐다.

외벽이 붕괴된 201동의 28∼31층에서 창호 공사를 하던 작업자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시공사 측과 함께 현장 작업자 현황을 파악한 결과 건설 현장 주변에서 작업자 6명의 휴대전화 위치만 파악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8시쯤 140m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붕괴하거나 외벽 잔재물이 떨어져 내릴 위험이 커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을 중단했다. 당국은 12일 오전 안전점검을 한 뒤 구조 인력 투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 중단 소식에 “살아있으면 구해야 할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60대 남편이 공사 현장에서 실리콘 작업을 했다는 한 여성은 “계속 전화를 한 탓인지 휴대전화 배터리가 다 돼 신호조차 가지 않는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외벽이 붕괴된 사고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했다. 외벽이 뜯겨져 나간 자리에는 철제 구조물만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건물 잔해에 깔린 차량 10여대는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파손되고 도로 위에는 폭탄을 맞은 듯 콘크리트 구조물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사고를 바로 옆에서 겪은 주민들은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아찔한 순간에 망연자실했다. 사고 현장 주변 상인들은 땅이 흔들리는 진동과 굉음 소리에 무작정 뛰쳐나갔다.

경찰과 행정당국은 아파트 구조물의 추가붕괴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대피령을 내리고 인근 주상복합 입주민 109세대와 상가 주민 90여세대를 대피시켰다. 사고 발생 직후 실시한 긴급 안전진단 결과 건물의 추가 균열이 발견되는 등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콘크리트 타설 하중과 강풍의 영향으로 거푸집(갱폼)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가 손상되면서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39층에는 평소에도 바람이 상당한 데다 이날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물과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고도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 3월 착공 이후 건축 자재 낙하물 추락 위험과 과다한 비산 먼지 발생, 교통정체 유발 등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시공사와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웃 건물 한 상인은 “공사 현장에 관한 민원을 제기한 지가 3년이 다 됐고, 관련 서류만 산더미다”라며 “분진, 소음 등 여러 민원을 제기하고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했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뉴스1

이날 사고현장에는 현재 소방 75명, 경찰 100명, 유관기관 25명 등 208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소방장비 34대 등 45대의 장비가 동원됐다.

광주경찰청은 수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공사 현장 책임자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안전조치 미준수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을 세우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한편 이날 국회는 이른바 '광주 학동 참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건축물 관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해체 공사 현장 점검을 의무화하는 등 학동 참사와 같은 비극을 방지하려고 했지만 같은 날 붕괴 사고로 법률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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