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주택·지천르네상스·서울런
공약사업 예산 50~97% 감액
吳시장 “정치적 딱지 붙여” 비판
시의회 “합의 통해 조율” 반박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명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예산 시리즈’를 연재하며 서울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서울시가 제출한 올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오 시장의 역점정책·사업 예산을 대폭 감액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오 시장의 이런 행보에 “양보로, 동의로 마무리된 (예산안 확정) 과정을 끄집어내니 유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도 서울시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2190억원이다. 세부 사업별로 살펴보면 서울시가 제시한 당초 예산안에서 상생주택, 지천르네상스, 서울런, 서울형 헬스케어, 1인가구 지원 등 오 시장의 공약 예산이 상당 부분 삭감됐다.
서울시가 올해 첫 도입을 예고한 민간참여형 장기전세주택인 ‘상생주택’의 경우 예산안 40억원 중 97%가 감액됐다. 사실상 시범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서민의 아픔, 눈물로 보지 않고 정치공학적인 득실을 가진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시의회를 비판했다.
오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사업 ‘시즌2’격인 지천르네상스 사업 예산은 시가 제출한 75억원 중 80%가 감액됐다. 정릉천, 홍제천, 도림천 등 주요 사업은 설계발주 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인가구 지원대책의 일환인 안심마을보안관, 스마트보안등 교체사업 예산은 각각 66%, 35%가 삭감됐다.

오 시장의 ‘하후상박(下厚上薄)형’ 복지 철학을 담은 안심소득사업 예산은 74억원에서 35억원으로 절반 넘게 삭감됐다. 시는 애초 오는 4월부터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하반기로 사업을 미뤄야 할 실정이다.
서울형 교육플랫폼 구축사업인 ‘서울런’의 경우 168억원 중 플랫폼 구축에 드는 35억원이 삭감됐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통한 학습지도 시스템 구축이 어려워졌다. 서울형 헬스케어 예산은 시가 제시한 61억원 중 35억원만이, 뷰티사업 지원은 44억원 중 28억원만 반영됐다.
반면 오 시장이 방만한 사업 운용 및 과다한 인건비 비중 등을 지적했던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박원순표 사업’ 관련 예산은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복원됐다. NPO지원센터 예산은 당초 7억원에서 1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도시재생지원센터 운영비도 23억원에서 4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치적 중립 논란에 휩싸인 TBS 출연금은 시가 제시한 243억원에서 지난해 수준(375억원)에 근접한 320억원으로 증액됐다.
시의회는 이번 예산안이 치열한 협의를 통해 도출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간 아무런 조율 과정 없이 시의회가 마음대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게 가능했다면 그토록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쏟지 않았을 것”이라며 “새해벽두부터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