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등시위·촛불집회 등 집단행동 이어가

“먹고 살 수 있어야죠. 안되더라도 이거라도 해보는 거예요.”
“살고 싶습니다. 살려주세요”
지난 10일 오후 9시쯤 서울 구로구 고척동의 먹자골목. 정부의 방역 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음식점·카페 영업제한 시간이 지나자 거리는 빠져나온 인파로 잠시 북적이는가 싶더니 이내 썰물 빠지듯 사라져 적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홀 영업을 마감한 음식점에서 흘러나온 조명 불빛에 환히 빛나는 거리는 더욱 을씨년스러웠다.
이처럼 몇몇 자영업자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반발하는 의미로 점등시위를 벌이고 있다. 업장의 간판과 매장 조명 등을 환히 켜 오후 9시 이후 영업 의지를 드러내고자 지난 6일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됐다. 영등포구, 구로구 일대의 가게를 포함 서울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참여 중이다.
이 거리에서 30년째라는 탁혜선(65)씨는 “호프집은 밤 장사인데, 9시 이후로 영업제한을 해버리면 뭘 먹고 살라는 건가”라며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점등시위도 동참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곱창집을 운영한다는 최진석(35)씨도 “매출이 하락해 다들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 소등시위에 이어 점등시위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자영업자는 앞서 지난달에도 오후 5~9시 가게 간판불을 끄는 소등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자영업자들은 점등시위뿐 아니라 집회, 삭발식 등 집단행동도 불사하고 있다. 이날 10시20분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사당 앞에서는 25개 자영업 단체가 참여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영업시간·인원 제한, 방역 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 등 정부의 방역 정책에 반발하며 ‘손실보상 제외 업종 골목상권 연대궐기’라는 제목의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영하의 추위에도 이들은 1시간 넘게 “제발 살려달라”고 부르짖었다.
이들은 ‘생존권 보장’, ‘영업제한 결사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도로 바닥에 촛불로 문구 ‘HELP’를 형상화해 절박함을 호소했다. 구호를 이어갔던 이들은 “영업시간 제한과 방역 패스를 철폐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해달라”고 입을 모아 소리쳤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진영(45)씨는 이날 자유 발언대에 올라 “너무 답답해서 가게 문도 닫고 이곳으로 왔다”며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정부에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가게 조명은 켜둔 채 집회에 참여한 이도 있었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그라운드고척상인회 민윤기 비대위원장(40)은 “그동안 ‘좋아지겠지’라는 희망으로 2년간 정부 말 잘 들으며 버텨왔다”며 “하지만 돌아오는 건 규제와 차별뿐이라 더는 살 수 없어서 거리로 나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년간 매출이 70%가 떨어졌는데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턱도 없다”면서 “바이러스가 시간 따라 다르게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일괄적인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비대위 추산 약 150명의 자영업자가 모였다.
비대위는 다음 거리두기 조치가 발표되는 오는 14일까지 점등시위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른 자영업자 모임인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도 오는 12일 국회 앞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 규탄대회를 열고 ‘분노의 삭발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코로나피해단체연대는 오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 100조원 추가경정예산 추진을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 단체에는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와 전국카페사장연합회,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전국자영업자단체협의회 등이 속해있다.
특히 해외 거주 중인 한인 자영업자를 연결, 현지의 피해지원 상황을 들을 예정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측은 참여에 긍정적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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