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멸공’ 해시태그와 글을 쏟아내 정치권에도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여야 지도부 모두 ‘멸공으로 국민 갈라치기’는 자제해야 한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 부회장 보란 듯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여당 의원부터, 스타벅스 텀블러 인증샷을 올리는 야당 인사까지 SNS상에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다”라며 자신의 지역구의 한 커피숍에서 산 커피를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어 김 의원은 “카페마다 고유의 맛과 향이 있고, 심지어 고양이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좋은 건 아침에 할인해준다”고 동네 커피숍이 좋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스타벅스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글을 올린 시기상 스타벅스 불매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자신의 트위터에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나 하나쯤이야 하지 말고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에 가지 맙시다. 발을 들이면 정용진이 윤석열이 국민을 우습게 압니다”라고 쓴 글을 리트윗(공유)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선대위와는 무관한 개인적인 견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정 부회장의 ‘멸공’에 국민과 네티즌은 ‘신이스불’(신세계, 이마트, 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 답하고 있다”고 전하며 “‘재벌 금수저의 일베 놀이’로 인한 오너 리스크로 주주와 직원만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국민께 사과하는 길이 해결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부회장의 일베 놀이에 이마트 장보기로 화답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시대착오적”이라며 “윤 후보가 중국 수출에 목숨을 건 기업인들의 심정을 알기나 할까”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타벅스 텀블러’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다른 멘트나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앞서 야당에서는 윤 후보가 지난 8일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 등을 장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후 나경원 전 의원, 김병욱 의원 등이 따라 하며 간접적으로 정 부회장을 응원하는 ‘멸치·콩 챌린지’로 확산할 조짐도 보였다.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은 “국익에 이롭지 않고 국민의힘 측 전략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 멸공논란과 불매운동을 모두 중단하자”고 스타벅스나 이마트 불매운동을 부추기려는 당내 인사들 움직임에 자제를 요청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멸공 시리즈는 지지층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1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멸공 챌린지 기획을) 제가 했겠냐”며 반문한 뒤 “선거 때가 되면 후보 눈에 들기 위해 오히려 당내 아니면 후보 주변의 정치인들이 일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몇몇 의원실에서 급하게 (이마트로) 달려가 그런 영상을 찍었던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 자격으로는 (주장)할 수 있는 거지만, 릴레이 캠페인을 하는 것은 당에 상당히 부담이 가기 때문에 자제해 달라고 부탁드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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