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미비 지적 후 사후관리 손놔
골조공사 후엔 점검 제외도 허점
지자체 인력 부족해 형식적 점검
“1명이 하루 최대 47개동 조사 실정”
“점검권한 광역지자체까지 확대를”

되풀이되고 있는 물류 및 냉동창고 공사현장 화재는 형식적인 안전관리·감독과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시공방식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11일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6일 발생한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는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0년 4월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참사의 판박이다. 공사현장의 안전 위협 요인들이 반복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화재참사는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무리한 속도전에 나선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 사고와 같다”며 “겨울철 야간공사는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장 비판받는 부분은 현장점검이다. 화재 직후 전국 각 지자체가 공사현장을 대상으로 현장점검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불이 난 평택 냉동창고 신축 현장에서 착공 이후 뒤늦게 계획서를 제출받았고, 위험 사항의 완벽한 시정 없는 ‘조건부 적정’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장이라 소방 관련 법령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았고, 소방안전관리자 선임과 관리, 권한도 미비했다. 앞선 이천 화재 때도 공단은 두 차례 서류심사와 네 차례 현장심사를 진행해 매번 화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렇다 할 사후 조치 없이 소방안전점검 필증을 발부했다.
관할 지자체인 평택시는 공사 중인 건물이라도 골조 공사 등이 완료되면 현장점검에서 제외되는 제도적 허점 탓에 손을 놓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민간발주 공사 현장은 감리업체가 안전관리 의무를 일임받고 지자체는 이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형식”이라고 전했다.
공사장 대형화재 뒤에는 작업허가서 허위 작성과 안전 관리자 배치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일지만 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원청업체인 시공사가 하청업체에 공사를 떠맡기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고, 감리사는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현장을 점검하는 국가안전대진단을 이어왔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논란이다. 홍성룡 서울시의원은 지난해 11월 감사원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 서울 강남의 모 빌딩은 문제점이 없다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8개월여 만에 붕괴위험이 발견돼 입주민이 모두 퇴거했다”며 “총체적 부실인 대진단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의원에 따르면 성동구의 9급 직원은 21일간 점검 기간 하루 평균 14.4개동, 하루 최대 47개동을 혼자 점검했다. 점검 실시일로 보고한 기간 중 10일은 실제 현장에 나가지 않았음에도 67개동의 아파트 등을 점검한 것처럼 보고해 대표적인 부실점검 사례로 지적됐다.
현장점검에 참여했다는 한 대학교수도 “소방관서와 지자체의 특별조사에 나가면 시간이 없다고 서두르는 게 일상”이라며 “한 건물을 둘러보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위해 경기도는 평택 화재 직후 광역지자체에 건설공사현장의 점검·제재 권한을 달라며 ‘건설기술진흥법’ 등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수도권 지역에 전국 건설 현장의 36.8%가 몰려있지만, 이를 살필 국토교통부의 점검인력이 10여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민간 건설공사장 점검 권한은 주무 부처와 발주청, 인·허가 기초지자체 기관장 등으로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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