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차장 등 참석 의견 수렴
시민단체 “본질적 제도 개선 안돼
자료제공 요건 강화 등 필요” 강조

무차별적인 통신자료 조회로 ‘사찰’ 논란에 휩싸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검사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시민단체들은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가 공수처뿐 아니라 수사기관 전체의 문제라며 통신자료 제공 요건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공수처는 11일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비롯해 검사 20명이 참석한 검사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지난 7일 공수처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된 여파로 자가격리 중인 평검사 3명은 참석하지 못했다. 공수처는 이날 회의에서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로 촉발된 ‘사찰’ 논란에 대한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 처장은 모두발언에서 “공수처 검사들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정신에 의거해 수사 과정에서 ‘성찰적 권한 행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작금의 여러 논란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고려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해나갈 수 있도록 모든 검사들이 지혜를 모아 달라”고 밝혔다.
일선 검사들은 지난해 제기된 사찰 논란과 압수수색 절차 위법 논란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원론적 의견부터 적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성적 의견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제기됐을 때 원론적 해명이 아닌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며 적극 대응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8일 김경율 회계사가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촉발된 이번 논란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뿐 아니라 언론인과 정치인, 일반인을 상대로 저인망식 통신자료 조회를 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으로 비화됐다. 공수처는 이날 회의를 통해 통신자료 조회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통신자료 수집을 막기 위해 자료 제공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자료 제공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시민들을 대신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통제할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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