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내정 불간섭’ 원칙 깬 中… 카자흐 사태에 군사 지원 나설 듯

입력 : 2022-01-12 06:00:00 수정 : 2022-01-11 18:43:55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국제사회 영향력 확대 안간힘

카자흐 반정부 시위 ‘테러’ 규정
왕이 “폭력 종식 확고한 지지
법 집행·보안 협력 강화할 것”
中 일대일로 등 이해관계 얽혀
러 중앙亞 영향력 경계 시각도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내정 불간섭’을 입버릇처럼 내세우던 중국이 카자흐스탄의 반정부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며 군사 지원 의사까지 내비쳤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신장 위구르지역 인권 문제 비판 등에 대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하던 중국이 다른 국가 내정에 직접 개입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1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무흐타르 틀레우베르디 카자흐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카자흐스탄 미래와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순간에 안정을 유지하고 폭력을 종식시키는 데 있어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다”며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도 아래 평온을 되찾고, 암흑의 시기를 이겨낼 때 카자흐스탄은 더욱 견고하고 강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중국 측은 카자흐스탄과 협력해 양국 정상이 도달한 중요한 정치적 합의 이행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용의가 있다”며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협력해 법 집행 및 보안 부서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치안 등의 명목으로 군사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 태국, 수단, 짐바브웨 등 쿠데타가 벌어진 국가에 대해 ‘내정 불간섭’ 원칙을 적용하면서 “정치·사회 안정을 도모하길 바란다”, “대화 협의를 강화해 달라”는 원론적 입장만 줄곧 고수했다.

지난해 9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발생한 쿠데타와 관련한 중국 입장부터 변화 조짐이 엿보였다. 중국은 “정변(쿠데타)으로 권력을 빼앗는 것에 반대하며, 즉각 대통령을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알마티=AFP연합뉴스

카자흐스탄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자 ‘구두 개입’을 넘어 ‘행동’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앞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7일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보낸 구두 메시지에서 “단호하게 강력한 조치를 취해 사태를 신속히 수습한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고도의 책임감 있는 입장을 체현한 것”이라며 색깔혁명(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시민혁명) 및 외부세력 간섭 반대를 강조했다.

중국이 카자흐스탄 사태에 이례적으로 적극 개입하는 것은 자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것과 무관치 않다.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주요 참여국이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계 지역인 호르고스 지역은 물류 허브이자 주요 송유관이 지나가는 장소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계 여러 지역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에너지, 반도체, 기술, 경제 및 무역 분야의 대외 의존도도 심화됨에 따라 중국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영향이 중국쪽으로 미치는 걸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반정부 소요가 신장 지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카자흐스탄 혼란을 틈타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 세력이 세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도 경계하는 눈치다. 왕 부장은 전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카자흐스탄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전제에서 테러 세력과 싸우고 안정을 회복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양측은 조율과 협조를 강화해 외부 세력의 중앙아시아 국가 내정 간섭을 반대하고 색깔혁명과 ‘삼고세력’(테러리즘, 분리주의, 극단주의)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조율과 협력을 강조하며 카자흐스탄 사태에 대해 중국과 협의를 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린 '상큼 발랄'
  • 아린 '상큼 발랄'
  • 강한나 '깜찍한 볼하트'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