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인상 남긴 ‘오겜’ 오일남
동심·연륜 오간 다채로운 연기
백인 중심 글로브서 수상 쾌거
연기경력 58년… 연극만 200편
“생애 처음 ‘난 괜찮은 놈’ 말했죠”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라, ‘우리 속의 세계’입니다.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배우로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 배우 오영수가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10일(한국시간)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골든글로브는 “오영수는 한국에서 존경받는 연극배우다. 그는 생애 첫 후보 지명에서 수상했다”고 전했다. 백인중심주의가 강한 골든글로브는 한국인에게는 좀처럼 수상의 기회를 열지 않았다. 지난해 전 세계를 홀린 메가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거둔 성과지만, 비영어권 작품으로 홀대받은 ‘기생충’(2020), ‘미나리’(2021)와 함께 만들어낸 뜻깊은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 두 작품은 외국어 영화로 분류돼 출연 배우들은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수상 여부를 떠나 ‘오징어 게임’이 남우조연상 외에도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에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콘텐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오영수가 ‘오징어 게임’에서 호연한 오일남 역은 “우린 깐부잖아”, “그만해. 이러다 다 죽어” 등 명대사를 남기며 사실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였다. 한 작품 안에서 해맑은 아이 같다가도 연륜이 묻어나는 노인으로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 오영수는 대중에게는 낯설지만 사실 반세기 넘게 연극무대를 지켜온 대학로 터줏대감이다. 58년의 연기경력 동안 출연한 연극만 200편이 넘는다. 1987년부터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를 뒤로하고 돌아간 곳도 대학로 무대다. ‘오징어 게임’ 전에 오영수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스님 역을 맡았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였다.
오영수는 작은 배역의 어린 후배부터 허드렛일하는 막내 스태프까지 누구에게나 점잖은 ‘신사’로 통한다. 그러면서도 문화계 행사나 인터뷰 등의 자리에 나설 때면 연극계 현실과 국립극단의 정체성 위기 등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어른이기도 하다. 그는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1979년엔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4년엔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2000년엔 한국연극협회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미국 내 골든글로브 보이콧 여파로 이번에도 오영수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오영수는 행사 다음날인 11일에도 여느 때처럼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는 수상 직후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상 소식에)기분이 좋다. 하지만 평상심을 찾아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