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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CSTO 통해 카자흐 우회 개입… ‘옛 소련 부활’ 꿈꾸나

입력 : 2022-01-10 19:41:33 수정 : 2022-01-10 23: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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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내 영향력 강화 나선 푸틴

‘미니 나토’ CSTO 화상회의 개최
카자흐 정세·정상화 방안 등 논의
서방·中 영향력 억제 포석 전망도

푸틴 “평화군 파견, 카자흐가 요청
당분간은 주둔… 임무 끝나면 철수”
1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교외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화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사태 수습을 위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간 협력을 꾀하며 역내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카자흐 사태는 안정화 국면이지만, 당분간 CSTO의 평화유지군을 남겨두겠다고도 했다. 카자흐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재차 커지면서 푸틴 대통령이 ‘소련 부활’을 꿈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CSTO는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카자흐 정세와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의장인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주재한 이번 회의엔 푸틴 대통령도 참석했다.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카자흐 지도부의 공식 요청으로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평화유지군이 테러리스트들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무장세력을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이 직접 소요 사태에 참여했다”고 카자흐 사태를 규정지었다. 그러면서 “평화유지군이 카자흐에 필요한 만큼 주둔할 것이지만, 임무가 끝나면 반드시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카자흐스탄 국가보안위원회(KGB) 공보실은 “장악됐던 알마티, 크즐오르다, 탈디코르간, 타르스 등의 모든 관청을 탈환했다”며 “상황이 안정화되고 통제하에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러시아를 주축으로 한 CSTO 평화유지군은 당분간 카자흐에 남는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CSTO를 통해 카자흐 사태에 우회적으로 개입한 것을 두고 소련권 국가들을 결집하는 동시에, 서방과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러시아를 뺀 소련권 14개국 중 나토 회원국인 발트삼국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크림반도 병합·동부 분리주의 반군 지원으로 러시아와 갈등 중인 우크라이나,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조지아를 제외하곤 대부분 러시아에 우호적인 입장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 대통령은 소련 향수, 소련권 대부분을 포함하는 ‘러시아 영향권’ 지도에 집착한다”며 “그의 목표는 1991년 소련 붕괴 결과를 재정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간 소련 붕괴를 “20세기 최대 지정학적 재앙”, “역사적인 러시아의 붕괴” 등으로 묘사해 왔다.

 

옛 영광을 노리는 푸틴 대통령은 소련권 국가들에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러시아에 충성하는 국가엔 차관·투자 등 경제적 지원이나 군사적 지원으로 보상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처럼 러시아에 맞서는 국가들의 경우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함으로써 비판을 받고 있다.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지난 6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카자흐스탄의 한 공항에 도착한 군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카자흐스탄=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 꿈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WP는 소련 시절 잔재 청산을 요구한 최근 카자흐와 2020년 벨라루스의 반정부 시위를 예로 들며 “러시아 주변국들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주도 세력으로 부상한 (젊은) 세대는 소련 시대를 살아 본 적 없어 푸틴 대통령의 낭만주의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글레프 파블롭스키는 “(푸틴의) 러시아 영향권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에 거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영향권에 대해 18세기나 19세기 지도자처럼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해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카자흐 등 주변국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면서 “나토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만 강조한다면 역사학자들은 카자흐 위기를 소련이 폐허에서 일어선 때로 평가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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