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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응 강화” vs “공권력 오·남용”… 경찰 직무집행법 개정 논란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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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1-11 07:00:00 수정 : 2022-01-11 10: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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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제압·검거 과정 상해 입혀도
경찰 법적책임 감면 조항 신설 추진
법안 법사위 통과… 11일 본회의 상정

인천 흉기난동 사건 등 계기 ‘급물살’
경찰 “위험 상황 신속대응에 꼭 필요”
시민단체 “범위 포괄적… 면죄부 될 것”

#1. A순경은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던 피의자를 업무방해로 현행범 체포하려고 했다. 그러자 피의자가 A순경에게 다가와 욕을 하며 때리려 했고, 놀란 A순경이 피의자를 밀쳤다. 바닥에 머리를 찧어 뇌진탕으로 전치 5주 진단을 받은 피의자는 직권남용·독직폭행으로 A순경을 형사고소했고, 국가와 A순경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A순경은 합의금 5000만원에 형사합의한 후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민사소송 1심은 국가와 공동으로 4억8354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 정신질환이 있던 B씨는 자신의 집에서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출동한 경찰에 제압됐다. 당시 B씨가 흉기를 손에 들자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사용했고, B씨는 양손과 발목이 묶인 채 엎드린 상태에서 의식을 잃었다. 이후 그는 ‘무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사’ 진단을 받고 약 5개월 후 사망했다. B씨 유족은 현장 경찰관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불기소처분이 내려졌고, 민사소송 1심은 국가가 유족에게 약 3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찰은 법원의 배상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

 

범인 제압 순간 등 긴박한 상황에서 경찰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 고의나 중대 과실이 없는 한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직무집행법) 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앞선 사례처럼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현장 경찰관이 적극적인 공권력을 행사해 추가 피해를 막고, 경찰관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위험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직무집행법 개정이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등 최근 제기된 경찰 부실대응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나아가 권한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의 형사책임 감면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범인을 신속하게 제압하지 못한 경찰관의 대응이 문제가 되자, 현장 경찰이 소송 우려 등으로 소극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의가 급격히 진행됐다. 개정안은 같은 달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당시 인권침해 우려로 계류됐다.

 

이후 경찰과 관계부처는 형사책임 감면 조건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고, 10일 다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결국 통과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법안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의견이 있어서 좀 더 명확하게 적용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자구 수정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법사위 문턱을 넘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이르면 1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개정안은 범죄자를 제압·검거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물리력 행사로 범인이 상해를 입게 되는 경우 등에 적용하게 된다. 예컨대 경찰이 살인과 폭행, 강간 등 강력범죄 등의 사건을 다룰 때 도주나 반항하던 피의자가 다치는 경우 경찰 과실이 크지 않고, 그 과정이 불가피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형사적 책임이 감면된다. 경찰관이 가정폭력 사건으로 현행범 체포한 피의자로부터 재물손괴 등으로 형사소송을 당했을 때도 개정안이 적용될 수 있다.

◆국민 60% 찬성…“직무집행법상 별도 면책규정 필요해”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더폴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3만7144명을 대상으로 직무집행법 개정 관련 설문을 한 결과 59.1%가 개정에 찬성했다. 테이저건이나 총기 사용 절차가 까다롭고 사후 감찰·징계에 대한 부담으로 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고, 유독 한국이 경찰관의 공권력이 매우 낮은 편이라는 데 동의한 것이다. 경찰 면책 규정이 자칫 과도하게 적용돼 과잉 진압이나 물리력 남용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은 22.5%에 그쳤다.

이러한 국민 여론에 힘입어 경찰은 위험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청장은 “경찰관한테 엄격하게 형사책임을 계속 묻게 되면 현장 경찰관의 조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찰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과감한 조치를 하는 데 자꾸 망설이게 되고, 국민 안전을 확보하는 데도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적극적인 조치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뒷받침 차원에서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경찰은 직무집행법에 면책 조항이 명시되면 일선 경찰관들이 피소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찰관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소송을 당해 공무원 책임보험을 지원받은 건수는 총 178건이다. 같은 기간 경찰법률보험도 73건 이용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직무 관련 피소나 진정을 당했을 때 변호사 선임 등 소송 비용을 지원하는 법률보험 등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런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경찰관서별로 ‘동료지킴이’를 지정해 동료 경찰관이 직무상 발생한 일로 소송을 당했을 때 구체적인 절차를 안내하고 담당 부서를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선 현행 ‘소방기본법’과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상에 소방공무원과 구급·구조대원에 대한 면책 조항이 있다는 점도 개정안 통과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된다. 두 법은 소방관과 구급·구조대원이 소방활동이나 구조활동 과정에서 타인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해당 활동의 불가피성과 중과실 여부를 고려해 형사책임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경찰 물리력 사용 쉬워지면 인권 침해 소지”

 

시민사회는 직무집행법 개정이 자칫 경찰 물리력 남용을 야기하거나 경찰권 오·남용에 대한 면죄부로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찰관의 직무수행이 적법한 경우 형법상 ‘정당행위’ 조항을 통해 지금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직무집행법상 면책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감면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경찰 자문기구인 경찰청 인권위원회도 이런 이유를 들어 최근 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양홍석 변호사도 “(A순경 등) 경찰관이 국가와 공동으로 민사책임을 진다는 것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된 사례로, 법이 개정되더라도 임의적 감면이 불가능한 사례”라며 “해당 규정 신설로 경찰이 쉽게 물리력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시민을 향한 물리력 사용이 증가하고, 결국 경찰권 오·남용 논란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9일 논평을 내고 “초동수사의 미흡, 경찰관의 현장이탈 등 직무수행상 잘못된 대응으로 국민의 비판에 직면한 경찰은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란 이슈로 재발방지를 위한 논의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안의 성급한 처리를 중단하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현장대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개혁네트워크 역시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감면대상인 직무 범위와 피해의 범위가 포괄적으로 규정돼 경찰의 물리력 남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며 “물리력 사용은 집행 이전에 신고된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과 훈련, 인력충원과 조직 차원의 업무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주취자 상대 경찰 조치에 민·형사 면책권 부여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에는 범죄 예방과 범인 체포를 위한 장비 사용 권한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민 피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은 따로 없다. 이와 관련해 모든 직무집행에 대한 면책규정 도입에 앞서 법률분쟁이 가장 잦은 주취자 업무 처리에 책임감면 규정을 우선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주취자 업무 처리에 관해 법률로 주취자에 대한 경찰 조치나 이에 따른 해당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대한 면책권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통합 알코올중독 및 약물중독 치료법’에서 주취자에 대한 경찰관의 조치 등에 대한 민·형사 면책권을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주취자유치법’에는 주취자 유치 관련 경찰 업무수행에 대한 소추 면책권이, 호주 캔버라주 ‘주취자 관리·보호법’에도 경찰관 업무수행에 대해 소추와 재판 등의 면책권이 보장된다.

 

한국 역시 현장 경찰관들이 소송이나 진정 등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주취자 관련 업무다. 예컨대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위험하게 도로에 있는 주취자를 발견하고 지구대로 데려온 경찰관이 ‘경찰에 강제 연행당해 불법감금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당하는 일 등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민관기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전국대표(청주 흥덕경찰서 경위)는 “경찰에 접수되는 신고 사건이 하루 5만건인데 주취자 관련 신고가 90%를 차지한다”면서 “현장에서 주취자가 시비를 걸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소란을 피울 때 과연 공권력을 작동할 것인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경계선을 넘나들기 때문에 직무집행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면책조항 신설로 범죄행위 제지 시 엄정하고 단호한 대처로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경찰관의 소송 스트레스를 해소해 현장 치안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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